'두데' 박경림 "막강 '컬투쇼'와 경쟁, 해볼 만하다" [인터뷰]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7.02 07: 29

방송인 박경림은 2000년대 방송가를 누비며 남들은 감히 따라오지 못할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다. 당시 쟁쟁한 입담들 사이에서 자그마한 체구로 대중을 웃겼던 그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유부녀가 됐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괄괄했던 성정은 조금 더 여유 있는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는 여전히 밝고 긍정적인 박경림이었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경림은 최근 만나본 연예인 중 가장 친근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나가던 이름 모를 중년의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떤 이가 이토록 친절한 여인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랜 세월 그를 수식하던 ‘마당발’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쉽게 수긍가는 순간이었다.
박경림은 지난달 10일부터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의 DJ로 활약하고 있다. ‘두시의 데이트’ 사상 최초의 여성 DJ인 박경림은 몇 차례의 라디오 진행 경험에서 우러나온 편안하고 유쾌한 진행을 선보이는 중이다. 이 뿐 아니라 정우성, 최진혁 등 황금 인맥이 게스트로 출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과거 밤 시간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박경림은 이번 ‘두시의 데이트’를 통해 낮시간대 청취자 공략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아이 엄마로서 낮에 일을 하니 안정적”이라는 재치 있는 답을 내놨다.
“늘 밤에 라디오를 하다가 낮은 처음예요. 낮 프로그램을 굉장히 하고 싶었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저녁에는 아이를 재워야 했는데, 안정적으로 오래하려면 낮 프로그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두시의 데이트’를 제가 감히 엄두 낸 건 아니고요(웃음). 전까지 ‘두시의 데이트’에는 여자 DJ가 없었고, 워낙 김기덕 선생님, 이문세 오빠, 박명수 오빠가 잘 하셨잖아요. 어쩌다 보니 대타 DJ를 하게 됐고 그게 기회로 이어진 거죠.”
 
그에게 ‘두시의 데이트’ DJ를 맡기란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개편 때에 맞춰 모두의 축하 속에 정식으로 맡게 된 것이 아닌데다 ‘두시의 데이트’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오랜 전통이 그에겐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을 하더라도 청취자들과 교감하고 싶다는 욕심이 결정의 이유였다.
“고민을 했죠. 부담도 됐고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마음과 언제 이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둘 다 들었어요. 제가 이걸 받아들인다 해도 보장되는 건 없잖아요. 그래도 뭐 제가 한 만큼 상황은 바뀌겠지만, 한달을 하더라도 청취자들과의 교감, 소통을 하고 싶어 결정을 내렸어요. 첫 방송하기 불과 3일 전의 결정이었죠.”
사실 낮 2시의 라디오는 개그 듀오 컬투가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컬투는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를 통해 동시간대 청취율 1위는 물론,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런 컬투와의 경쟁은 오랜만의 라디오 컴백인 박경림에게는 어려운 난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타도 컬투가 중요한 건 아니예요(웃음). 하루에 몇 명이라도 계속 늘어나게 하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차라리 ‘컬투쇼’가 라디오 전체 1위인게 좋았죠. 아예 1위니까 제가 얼마든지 단계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넓게 제시해주는 거잖아요. 컬투 덕분에 장기 플랜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되려 너무 좋죠. 거기다가 컬투 덕분에 라디오 낮 2시 시장대가 전체적으로 커지는 느낌이에요. 라디오 전체를 통틀어 1위 프로그램이 2시에 있다는 게 기쁘기도 하고요. ‘컬투쇼’와 한 번 해볼 만한 것 같아요.”
그에게 새 DJ가 되자마자 쏟아진 톱스타 게스트들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찬찬히 스타 캐스팅 비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우성의 경우 영화 ‘감시자들’ 제작발표회를 통한 인연, 최진혁은 연습생 시절부터의 친분, 아이비와 한효주는 과거 전 소속사에서의 인연 덕분이었다.
 
“‘감시자들’ 제작발표회 사회를 봤었어요. 그 때 정우성 씨를 봤는데, 뭔가 ‘오픈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음의 문이 열린 것 같았어요. 대중에게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이번에 라디오를 맡게 되면서 섭외를 했죠.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연락을 드렸더니 다음날 바로 출연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최)진혁이랑은 데뷔하기 전부터 친했어요. 가수 준비할 때 ‘노래는 취미로 하라’는 제 조언으로 진로를 바꾸게 된 건 기사로도 많이 나왔죠. 예전에 저 라디오 할 때 휘성, 박효신 같은 가수들 구경하러 왔었는데, 이젠 초대 손님으로 온 거예요. 감개무량하다고 하면서 울컥하더라고요. 진혁이를 보면 자식 키우는 느낌이에요. 아이비랑 (한)효주는 같은 소속사였죠. 예전의 인연이 다 돌고 도는 것 같아요.”
이처럼 남 부럽지 않은 인맥을 보유한 박경림에게도 꼭 한 번 게스트로 초대하고픈 이는 있었다. 한 사람은 김연아 선수,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배우 이민호였다.
“김연아 선수는 너무 존경하는 친구예요. 운동을 잘 하고 이런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전에 운동이란 건 심리적으로 충분히 흔들릴 수도 있는 건데 어린 나이에 마인드 컨트롤을 너무 잘 해요. 세계 최강 강심장인 것 같아요. 그런 걸 배우고 싶은 마음이에요. 공과 사가 확실한 친구 같아요. 제가 갖지 못한 걸 가진 친구죠.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팬이었는데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은 이민호 씨예요. 뭐 아직 만나보지 못해 팬으로 남아있는 걸 수도 있겠지만 구준표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웃음).
한때 길고 긴 슬럼프를 겪었던 그는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가진 라디오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밝혔다. 그가 정의 내린 라디오란 “같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엄청난 힘을 가진” 매개였다.
“모두가 빨라진 요즘, 라디오에서는 일대일 소통을 할 수 있죠. 물론 다각도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여유가 묻어나는 그런 게 라디오라고 생각해요. 같은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아주 엄청난 힘이 있잖아요.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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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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