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부심, 엘밍아웃… 자존심 되찾은 LG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02 06: 03

LG에 찾아왔던 봄바람이 이제는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진화할 기세다. 좋아지는 성적에 팬들도 덩달아 폭발하고 있다. 여러 가지 신조어를 낳고 있는 가운데 팬심의 폭발이 단순한 성적 때문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지난 6월 28일 LG와 SK의 경기가 벌어진 잠실구장에는 일찌감치 많은 LG팬들이 매표소 앞에 몰려들었다. 금요일 경기이긴 했지만 매치업이 SK라는 점에서 팬들이 관중석을 메우는 속도가 빨라보였다. 1루측 내야는 물론 외야까지 거의 들어찼다. 남은 자리는 3루 쪽밖에 없었다. 이날 관중은 2만 명이 넘었다. 팬들에게는 4일의 휴식기가 얼마나 긴 기다림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29일 토요일 경기에도 어김없이 1루 관중석이 모두 들어찼다. 전날 경기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열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선수단도 이런 관중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29일과 30일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며 10연속 위닝 시리즈를 이어갔다.

6월 16일까지 LG의 평균관중은 1만9933명으로 리그 1위였다. 지난해 LG보다 더 많은 관중을 동원한 롯데나 두산을 모두 제쳤다. 관중동원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6월 30일 현재 LG의 홈 평균 관중수는 2만66명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평균관중(2만2325명)보다는 줄었지만 롯데(1만4204명)나 두산(1만7990명)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올 시즌 평균관중이 2만 명 이상인 구단은 LG가 유일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열기도 타오르고 있다. ‘엘부심’(LG와 자부심의 합성어), ‘엘밍아웃’(LG와 커밍아웃의 합성어) 등 새로운 단어들이 네티즌 사이에서 오고 가고 있다. 오랜 기간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하다보니 덩달아 풀이 죽어 있었던 팬들까지 당당히 LG의 팬임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올스타 투표에서도 LG가 웨스턴리그 전 포지션을 독식하고 있다. 적어도 팬심만 놓고 보면 LG가 가장 뜨겁다.
이런 형상은 물론 좋은 성적에서 기인한다. LG는 1일까지 38승28패(승률 .576)로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상위권 판도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세가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달라진 선수단의 자세, 그리고 달라진 모습들이 팬심을 들끓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봄까지 잘 나가다 여름이 지나면 성적이 떨어지곤 했던 최근 몇 년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29일 잠실구장을 찾은 한 LG팬은 “강남 도련님과 같은 야구에 팬들도 답답해 할 때가 많았다. 팬들 사이에서도 선수단 내부의 투지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예전을 회상한 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것을 팬들도 느끼고 있다. 단순히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야구를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부터가 달라졌다. 경기 승패를 떠나 팬들이 더 박수를 치는 이유다. 그러다보면 성적도 잘 나지 않겠는가”라고 팬심을 대변했다.
김기태 LG 감독도 올 시즌 들어 선수들의 강한 투지와 의지를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팀 내부의 집중력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자주 한다. 한편으로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김 감독은 29일 승리 후에는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했고 30일 경기 후에는 “더운 날씨에도 응원해주신 팬분들게 감사드린다”라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선수단과 팬 사이의 믿음이 굳건해지고 있는 LG다. 단순한 성적보다 더 귀중한 것을 찾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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