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0년대 명실상부한 스타 양성소였던 MBC ‘대학가요제’가 37년 만에 폐지됐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요제였지만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폐지의 이유가 됐다.
‘대학가요제’는 1977년 김창완을 내세운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가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 스타 사관학교로 불렸다. 노래도 하고 작곡도 하는 싱어송라이터를 키우며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가요제’ 한번쯤은 발을 붙여야 하는 시대도 있었다.
‘대학가요제’는 198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누리며 높은음자리, 배철수, 노사연, 유열, 015B, 무한궤도(신해철), 전람회, 이한철 등을 배출했다. 하지만 2005년 열린 29회에서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 성공 이후 뚜렷한 스타가 없었다.

1990년대 이후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는 연예기획사의 가수들이 스타가 되고, 2000년대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타 양성소가 되면서 ‘대학가요제’의 힘은 더욱 약화됐다. 스타를 배출하는 게 존재 이유인 가요제에서 스타 탄생 실패는 매년 ‘대학가요제’가 존폐 기로에 놓이는 이유가 됐다.
더욱이 '대학가요제'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이 부르는 노래 역시 기성 가요와 큰 차별점이 없어 대중을 매료시키지 못한 점이 컸다. 하루에도 수백곡이 쏟아지는 현 가요시장에 익숙한 대중에게 '대학가요제'는 들을 노래와 응원할 만한 예비 스타가 없는 밋밋한 그들만의 축제였다.
특히 지난 해에는 36년 만에 대학이 아닌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가요제를 개최하며 ‘대학가요제’의 달라진 위상을 한눈에 실감하게 만들었다. 공개홀에서 진행된 당시 가요제는 조촐하게 마련된 무대와 낮은 호응으로 씁쓸함을 안긴 바 있다. 여기에 당시 시청률은 1%대로 굴욕적인 성적표를 얻었다.
MBC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40년 가까이 된 역사를 단숨에 없애기는 쉽지 않았다. MBC 예능국의 고위 관계자는 2일 오전 OSEN에 “‘대학가요제’ 폐지는 몇 년 전부터 고민했고 지난 해 연말에 잠정적으로 결정한 사안이었다”면서 “올해 상반기에 다시 논의를 했으나 가요제를 활성화할 뚜렷한 돌파구가 없어서 폐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가요제’가 최근 들어 스타 배출에 있어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대중적인 인기도 없었다”면서 “스타가 나오지 않는 가요제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폐지를 결정하게 됐다”고 폐지 배경을 밝혔다.
MBC는 지난 해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사실상 폐지했다. 여기에 36년이라는 역사와 수많은 가수들을 양산한 ‘대학가요제’까지 없애며 직접 스타를 키우는 스타 탄생 창구를 닫는 모양새다. 더 이상 방송사가 무대에서 뛰노는 스타 양성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당분간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가요제를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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