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고 있었던 크리스 세든(30, SK)이었다. 여기에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많이 오는 날씨라 여러모로 경기하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KIA의 발은 날씨를 가리지 않았다. “발에는 기복이 없다”라는 야구계 격언이 실감나는 경기였다.
KIA는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8-2로 이기고 4연패를 끊었다. 선발 김진우의 역투도 눈부셨지만 야수들의 기동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평균자책점 2점대의 세든을 사정없이 흔들며 대량 득점의 발판을 놨다.
KIA는 경기 전까지 85개의 팀 도루를 기록, 두산(96개)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날도 이런 발야구가 빛을 발했다. 도루는 물론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이 돋보였다. 첫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2회 나지완의 중전안타와 이범호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였다. 후속타자 최희섭의 중견수 뜬공 때 2루 주자 나지완이 과감하게 3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나지완은 발이 아주 빠른 선수는 아니다. 여기에 SK 중견수는 리그 최강의 어깨를 자랑하는 김강민이었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그러나 열심히 달린 나지완은 SK의 중계 플레이를 간발의 차로 뚫어내며 3루에 안착했다. 나지완은 이후 김주형의 중전 적시타 때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1사 상황임을 고려할 때 만약 직전 플레이에서 3루로 가지 못했다면 득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으로 앞선 5회에는 사실상 발이 대량득점의 발판을 놨다. KIA는 1사 후 김선빈이 우익수 옆 안타를 치고 1루에 살아나갔다. 1회 도루에 실패했던 김선빈은 안치홍 타석 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김선빈의 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사 2루에서 세든과 김주찬이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자 3루로 스타트를 끊었고 하필 이 때 나온 세든의 폭투를 틈타 홈까지 파고들었다. SK 선수들, 그리고 세든을 허탈하게 하는 소중한 추가점이었다.
김주찬도 뛰는 야구 대열에 동참했다. 이어진 2사 1루 나지완의 타석 때 다시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김주찬도 나지완의 우익수 옆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플레이가 손쉬운 추가점의 발판을 놓은 것이다. 특히 올 시즌 견제로 톡톡한 재미를 봤던 세든을 상대로 도루를 연거푸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SK 배터리의 신경도 건드렸다.
이후 KIA는 2사 1루에서 이범호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시즌 12호)을 터뜨리며 5-0까지 앞서 나갔다. 선발로 나서 호투를 거듭한 김진우를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쐐기포였다. 올 시즌 KIA에 유난히 약했던 세든은 그렇게 다시 한 번 쓰러졌고 KIA는 지난 6월 20일 이후 12일 만에 첫 승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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