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존박. 오디션프로그램 엠넷 '슈퍼스타K2'에 허각, 장재인 등과 함께 경쟁하며 2010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주인공. 하지만 존박은 곧장 대중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한껏 움크렸다. 그리고 첫 선을 보인게 지난 2012년 2월 '노크(Knock)', 그로부터 또 다시 16개월이 흘렀다.
오랜 공백을 딛고 컴백하는 존박의 손에는 그의 첫 정규앨범 '이너 차일드(INNER CHILD)'가 들려있고, 얼굴은 여태까지 접했던 존박의 표정 중 가장 짙고 풍부한 미소를 띄고 있다.
"가수가 된 후 한 일 중에서 (이번 정규앨범을 낸 게)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다. 큰 책임갖을 갖고 많이 배우고 만든 공들인 앨범인 만큼 애착이 크다. 타이틀곡 뿐 아니라 다른 수록곡들도 주목 받았으면 싶다."

앨범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들뜬 듯 말에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자신의 아이를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는 부모의 모습과 흡사하다.
"불렀던 노래를 통틀어봐도 만족도가 가장 높다. 다소 대중성을 생각지 않고 만들었다는 점은 함정일 수 있다. 하지만 난 1집 타이틀곡이 알려져 히트곡이 되는 것보단, 내 음악 인생의 베이스로 삼고 싶다. 마지막 앨범이 아닌, 첫 정규앨범인 만큼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 후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간다. 음반 성적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지는 않은 듯, 약간의 기대감(?)이 배어있는 이야기.
"그래도 최근 신보들을 보면 향이 진하고 개성이 강한 음악들이 1위에 오르는 경우가 더러 있지 않나? 김예림도 그랬고, 아메바컬쳐 아티스트들도..대중에게 어필하는 게 좋은 음악이 아니라, 좋은 음악이 대중에게 어필한다는 생각이다."
투개월 김예림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간 가요계에서 주목받았던 여러 오디션 출신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골자는 '본인보다 늦게 등장한 오디션 출신가수들(예를들면 버스커버스커, 로이킴 등)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며 조바심이 생기진 않았느냐?'는 것. 돌아온 답변은 예상대로 덤덤했다.

"벌써 3년이 지났다. '슈스케'라는 꼬리표가 이제야 좀 없어진 것 같다. 나만의 스타일이란 걸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다른 오디션 출신가수들의 성공이) 자극은 된다. 특히 누군가가 자작곡으로 성공했을 때 더 그러했다. 하지만 그게 조바심은 아니다."
존박은 대형 기획사의 제의를 거절하고, 지난 2011년 3월 이적, 김동률, 이상순 등 색깔이 짙은 뮤지션들이 포진한 뮤직팜을 둥지로 택했다. 그간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얻었을까.
"피아노 연습도 종종 하고,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직접 만든 곡들을 모니터 해주시기도 했다. 친분과 인맥으로 이어지는 창의적인 만남이 이렇게나 좋을 줄 몰랐다. 이런 대단한 선배님들과 친해질 거라 상상조차 못했다. 난 정말 운이 좋다."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그의 말대로 쟁쟁한 선배 뮤지션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적, 이상순, 정원영, 이승열, 레이강, 다이나믹듀오 최자, 이단옆차기 등이 앨범 작업에 참여한 것. 이름 만으로 충분히 혀가 내둘릴 만한 라인업이다.
"맞다. 정규 1집을 내는 가수치고는, 서포트가 대단했다. 그런 점이 내게 더 자극을 준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셨는데, 망하면 안 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웃음) 믿고 도와주신 선배들이 감사하다. (이)적이 형은 내 곡 모니터를 해주더니, '너 이렇게 잘 쓰는데 곡을 왜 받아? 다음부턴 니가 해도 되겠다'는 말로 용기도 북돋아 주셨다."
정규 1집 컴백을 앞두고 한껏 들떠있는 듯한 존박과의 인터뷰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자신이 음악을 올곧게 이어 오려 애썼고, 또 이어가려는 존박, 그에게 마지막으로 현재 '존박의 길'을 잘 걷고 있는 것 같은지 물었다.
"(나의 길을) 잘 걷고 있다. 내가 마음이 편하고,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하면, 내 팬인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행복하고 흐뭇해 하실 거라 믿는다. 욕심은 많이 버렸다.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확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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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