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타순과 수비 포지션이 포함된 개념인 ‘오더’는 보통 감독들이 결정한다. 코치들과 상의하는 경우는 있지만 감독의 생각이 완전히 배제된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이만수 SK 감독이 오더를 코치들에게 맡겼다. 이런 이례적인 일에는 이 감독의 고민이 녹아 있다.
SK는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2-8로 졌다. 여러모로 내용이 좋지 않은 경기였다. 선발 크리스 세든이 6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고 타선은 상대 선발 김진우에게 꽁꽁 묶였다. 그나마 찾아왔던 2회 무사 1,2루, 그리고 8회 1사 만루의 기회에서도 병살타가 나오며 흐름이 끊겼다. 최근 힘을 찾아가는 듯 했던 SK가 다시 3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이 감독도 여러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오더 결정을 코치들에게 맡겼다. 이 감독은 3일 문학 KIA전을 앞두고 “코치들에게 오더를 짜보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실제 이날 오더는 코치들이 결정했고 이 감독은 이를 말없이 승인했다.

다만 전날 오더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전날 경기와 바뀐 부분은 나주환이 박진만 대신 선발 유격수 및 9번 타자로 출전하는 정도다. 조인성이 주로 외국인 투수와, 정상호가 국내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음을 생각하면 정상호의 선발 출장은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다. 이 감독은 “결국 이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이 감독은 이날 선발로 등판하는 윤희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희상은 최근 구위 저하에 고전하고 있다. 비로 들쭉날쭉한 등판 일정도 구위 유지에 방해가 되는 요소다. 하지만 최근 윤희상의 문제점을 놓고 성준 투수코치, 정상호와 머리를 맞댄 이 감독은 “지난번보다 잘 던질 것이다. 던지는 패턴도 조금 바뀔 것이다.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는 이날 베테랑 우완 최영필을 2군으로 내리고 문승원을 다시 1군으로 올렸다. 이 감독은 “외야 쪽에는 2군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원들이 있다”라며 2군 동향도 주시 중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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