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드라마에서 툭하면 등장하는 그 흔한 기억상실증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를 만나니 미스터리한 소재로 거듭났다. 기억상실증은 보통 막장소재로 등장하지만 '너목들'에서 만큼은 달랐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너목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 9회분에서는 수하(이종석 분)가 민준국(정웅인 분)을 살해하려다 혜성(이보영 분)을 실수로 칼로 찌르고 떠난 뒤 1년 후의 모습이 그려졌다.
관우(윤상현 분)의 변호로 민준국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혜성과 도연(이다희 분)은 망연자실했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민준국은 환호했다. 결국 수하가 민준국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이상한 느낌에 혜성은 수하를 찾았고 민준국을 죽이려는 수하를 막다가 칼에 찔려 수술을 받았다. 수하는 혜성이 수술을 받고 잠들어 있는 동안 귓속말을 하고 떠났다.

수술 후 잠에서 깬 혜성은 수하를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수하는 제대로 된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톨이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서도 수하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1년 후 혜성은 뉴스를 통해 민준국과 수하의 소식을 들었다.
민준국의 잘린 왼쪽 손이 한 낚시터에서 발견됐고 현장에서 수하의 지문이 묻은 칼이 발견돼 수하가 살인용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에게 수하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혜성은 급하게 경찰서로 찾아갔다. 그러나 1년 만에 만난 수하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자신을 부르는 혜성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다가 "내 이름이 박수하냐. 여기서는 다들 내 이름을 그렇게 부른다. 나를 아냐"고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이뿐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통해 마음을 읽었던 수하는 혜성의 눈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년 후 수하가 기억상실증에 초능력까지 잃어버린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이었다. '너목들'이 8회까지 이어오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지만 이번과 같은 강력한 반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가 극이 끝날 때쯤 마무리 짓기 위해 나와서 남은 내용이 예상되지만 '너목들'에서는 이날 방송된 기억상실증은 아직 스토리가 반 정도밖에 전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더욱 추측하기가 어렵다.
수하가 기억상실증에 거리고 초능력까지 잃어버린 게 민준국의 잘린 왼쪽 손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수하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연기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까지의 전개에서는 그 이유를 전혀 예상할 수가 없다. 네티즌들도 수하가 지금의 상황에 부닥치게 된 이유를 다양하게 추측하고 있다. 뻔하고 식상했던 기억상실증이 '너목들'에서는 미스터리한 소재로 대접받고 있는 것.
일부는 기억상실증에 대해 반감을 갖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수하가 기억상실증에 초능력을 잃어버린 건 인물들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극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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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