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하이브리드 앵글] 필드와 SNS, '행언일치'가 필요할 때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7.04 07: 07

축구 국가대표팀이 때아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장으로 시끄럽다. '언행일치'가 아닌 '행언일치'가 필요한 때다.
지난 3일은 한국 축구에 경종을 울린 하루였다. 그라운드가 아닌 외부에서 잡음이 일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기성용(24, 스완지 시티)은 지난달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고 남겼다. 기성용은 교회 설교에서 나온 말씀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3일 국내의 한 매체는 최강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인터뷰를 실었다. 최 감독은 "이천수나 고종수처럼 욕먹어도 자기 표현하는 선수들이 좋다"면서 "용기가 있으면 찾아와야 한다. 그런 짓은 비겁하다. 뉘앙스를 풍겨서 논란이 될 짓은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 감독은 이내 "한번 상처로 갈라질 수 있지만 남자는 다시 돈독해 질 수도 있다. 지도자가 무작정 선수의 개성을 틀 안에 가두는 것도 좋지 않다"면서 제자를 감쌌다. 기성용은 최 감독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 뒤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다.
파장은 이쯤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윤석영(23, 퀸스 파크 레인저스)의 트윗은 대표팀 불화설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윤석영은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02월드컵 4강 - 이영표, 김태영, 최진철, 송종국. 2012올림픽 동메달 - 윤석영,김영권, 김창수 그리고 아쉽게 빠진 홍정호. 이상 모두 혈액형 O형. 그 외 최고의 수비력 박지성 O형"이라는 글을 남겼다. 앞서 최 감독은 이란전서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한 김영권에 대해 B형 선수가 성취욕이 좋은 반면 O형은 성격이 좋지만 덜렁거리고 종종 집중력을 잃는다고 이야기하며 "팀에서 주로 지배하는 경기를 많이 한 선수다. 이란전을 앞두고 '상대 공격수 붙여서 드리블하지 말고 애매하면 걷어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영권은 O형이다. 윤석영의 트윗은 최감독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로 보기에 충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솔했다. 윤석영의 말 한마디는 이날 내내 네티즌의 표적이 되었다. 최 감독은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수비수였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대선배이자 자신을 지도했던 스승에게 도무지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이날 서울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인터뷰서 "축구 선수는 운동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밖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해봐야 손해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며 "후배들이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로서 정당하게 운동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 선배로서 안타깝다"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건 나도 얼마든지 찬성이다. 하지만 연예인도 아니고, 그건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축구에 무슨 득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성인인데 현명하게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 후배들도 똑같다. 축구에만 매진했으면 좋겠다. 좋은 선수보다는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후배들이 되었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칼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누군가를 해하는 흉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차려줄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시대는 변했고 변화한 시대는 우리에게 SNS라는 새로운 칼자루를 쥐어주었다. 인터넷 공간에 남긴 말 한마디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도 해할 수 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공인의 '한마디'라면 더더욱 그렇다. '필드'가 축구 선수의 기량을 담는 그릇이라면 SNS는 그릇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유약이 될 수도 있고, 잘 만들어진 그릇을 단번에 깨트릴 수도 있는 망치가 되기도 한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이영표를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비단 실력 뿐만이 아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타의 모범이 됐다. 이영표는 10년 넘게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기량을 선보였다. 그라운드를 벗어나서도 축구 선수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았다. 이영표의 트위터에 그모습이 그래도 나타났다. 이영표는 지난 3월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이 행해야 할 바른 길을 도리라 하고 도리에서 벗어난 행위가 죄입니다. 학생이 공부 못하는 것과 축구선수가 축구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학생과 축구선수가 공부와 축구를 열심히 하지 않음으로 해야할 도리를 지키지 않는 것은 죄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영표의 말마따나 축구 선수는 축구 선수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이다. 부디 후배들이 선배들의 애정어린 조언을 마음 속에 새겨 이번 아픔을 딛고 한국 축구를 빛낼 선수로 한 단계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dolyng@osen.co.kr
이영표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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