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패배 각오한 매너 축구로 명예 지켰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7.04 06: 59

전북 현대가 성남 일화에 패배하며 1패를 추가했다. 하지만 전북이 펼친 매너 축구에 팬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지난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성남과 홈경기서 2-3으로 패배했다. 전북은 7승 3무 5패(승점 24)를 기록해 2연승에 실패하며 5위서 7위로 내려 앉았다.
무려 5골이 터진 살벌한 경기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기록된 2골은 정상적인 플레이 상황에서 나오지 않았다. 소위 '쏘리골(sorry goal)'이라 불리는 모호한 골과 '고의 자책골'이 잇달아 나온 것. 쏘리골은 전북 주포 이동국의 발에서 나왔고, '고의 자책골'은 최은성의 발에서 나왔다.

이야기는 이렇다. 후반 32분 몸싸움 과정에서 성남 선수가 넘어져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성남 골키퍼 전상욱은 공을 밖으로 걷어냈다. 전북은 공을 돌려주기 위해 권경원의 스로인을 받은 이동국이 손을 들어 전상욱을 가리킨 채 길게 찼다. 하지만 이동국의 슈팅은 그대로 전상욱의 키를 넘어 골대 구석으로 들어가버렸다.
성남 선수들은 몰려와 이동국에게 강한 항의를 했다. 이동국도 두 손을 들어 고의가 아니었음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의 김태환은 화를 누르지 못하고 폭발해 전북의 박희도를 밀쳐내 넘어뜨리기까지 했다. 다행히 안익수 성남 감독이 곧바로 뛰쳐나와 김태환을 질책해 큰 몸싸움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김태환의 퇴장까지는 막지 못했다.
1-2로 지고 있던 전북은 우연찮게 2-2 동점을 만든 상황. 경기 종료 직전까지 불과 10여분이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전북은 이동국의 득점 과정이 평범하지 않았던 만큼 보상골을 내주기로 했다. 결국 후반 34분 성남의 킥오프 이후 이동국이 공을 잡아 골대까지 공을 연결했고, 골키퍼 최은성이 이를 골대 안으로 밀어 넣는 고의 자책골을 기록했다.
최은성의 고의 자책골로 전북은 다시 2-3으로 성남에 뒤처지게 됐다. 비록 김태환의 퇴장으로 수적 우세를 점하게 됐다고는 하지만, 이미 선수들의 체력이 방전됐고, 성남도 수비 지향적인 모습을 보인 탓에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다. 주심은 몸싸움 과정으로 추가 시간 7분을 주었지만, 전북은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만큼의 여력이 없었다.
전북은 패배를 각오할 만큼 성남에 골을 내줄 상황은 아니었다. 직전 경기서 경남 FC에 4-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제 경기력이 아니었던 것.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은 "오늘 경기가 전북의 현주소라 생각한다"며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2-2로 승점 1점을 따냈다면 장기 레이스에서는 보다 유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북은 승점 1점에 연연하지 않았다. 홈팬들 앞에서 패배 만큼은 보여주기 싫었지만, 그만큼 비매너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싫었다. 이 때문에 최은성은 골키퍼에게 불명예스러운 자책골을 기록했다. 특히 최은성의 고의 자책골은 이날 결승골로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은성의 고의 자책골은 어떤 상황보다 명예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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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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