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위트있는 답변으로 현지 기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기자들과도 소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선수들과도 마치 큰 형처럼 격의없이 지낸다.
지난달 팀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가 수비 도중 펜스와 정면충돌을 했을 때 매팅리 감독은 "구단 직원에게 펜스가 괜찮은지 물어보겠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내 놓았다. 상식을 뛰어넘는 푸이그의 몸을 빗댄 농담이었다. 매팅리 감독의 이 말은 미국 야구계에서 꽤 화제가 됐다. 다저스 구단은 매팅리 감독의 이 발언을 푸이그의 펜스 플레이 장면에 삽입, 사진으로 인쇄해 관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리고 4일(이하 한국시간) 쿠어스필드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푸이그는 5회 무사 1,2루에서 놀란 아레나로의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에 부딪히면서 잡아냈다. 이날 다저스의 10-8 승리에 결정적인 호수비였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푸이그의 몸 상태다. 푸이그는 공을 잡은 직후 2루에 송구를 해 넥스트플레이를 마친 뒤 다시 드러누웠다. 그리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다가 구단 의료진이 와서 살펴본 뒤에야 일어나서 수비를 했다. 선수가 걱정된 매팅리 감독은 직접 우측 펜스까지 가서 푸이그의 상태를 살폈다. 이후 푸이그는 타석에 한 번 들어간 뒤 대수비로 교체됐다.
검진 결과 푸이그는 엉덩이 타박상으로 밝혀졌다. 골절이 아닌 것은 천만 다행이지만 당장 5일 경기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저스 구단은 일단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day to day)라고 푸이그의 상태를 밝혔다.
푸이그가 그 전과는 달리 가벼운 부상을 입어서인지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곧바로 '푸이그의 상태는 어떤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혼자 일어난 것이 다행이다. 일단 푸이그의 상태는 내일 봐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현지 기자가 '펜스는 괜찮냐'고 물었다. 지난번 매팅리 감독의 농담을 되새기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도 매팅리는 즉각적인 답을 피한 채 "왼쪽 엉덩이에 펜스가 부딪힌게 맞냐"며 얼버무리고 넘겼다. 이번에는 선수가 부상을 당했으니 농담을 하지 못한 것이다.
서부지구 3위까지 뛰어 오른 다저스의 상승세는 푸이그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만약 푸이그가 당분간 결장하게 된다면 다저스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사진> 덴버=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