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었다.
지난 3일 톱스타 커플이 또 탄생했다. 조인성-김민희, 비-김태희에 이어 원빈과 이나영이 공개 열애를 선언했다. 이들의 핑크빛 감정은 한 파파라치 매체의 보도에 의해 세간에 알려졌다. 이나영의 집을 방문하는 듯한 원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서였다. 비주얼로 대한민국 최강인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은 '누가 아깝더라'는 말이 쏙 들어갈 만큼 놀라웠지만 이 때 보여준 두 사람의 지나치게 편안한 패션 스타일링 역시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원빈은 슬리퍼에 반바지, 약간 늘어난 듯한 빈티지 풍 셔츠를 즐겨 입었다. 코 끝까지 푹 눌러쓴 검은색 모자도 인상적이었다. '너는 그냥 커피가 아니'라고 말하며 검은색 슈트를 입고, 남성미 떨치던 각 떨어지던 원빈의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조금만 더 모자를 올려서 써 주었더라면 그의 미모가 한층 빛을 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쏟아냈다. 팬들의 마음까지 돌린 패션이었지만 '그래도'라는 위안이 가능했던 것은 슬리퍼도 명품으로 만드는 얼굴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꾸미는 것이 일인 연예인들은 오히려 일상 생활에서는 '편안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이효리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겨우내 패딩점퍼 하나로 버텼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효리의 남자친구인 이상순도 그가 지나치게 옷을 잘 갈아입지 않아 놀랐던 적이 있다고 증언했을 정도다.
소지섭도 평소 티셔츠를 즐겨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스타들의 일상을 공개하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그는 브이(V)넥 티셔츠로 일관적인 스타일을 보였다. 운동을 할 때도, 일상생활 중에도 이 티셔츠와 함께 였다. 소지섭은 이 평범한 패션 아이템을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미모로 명품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연예인 중에는 '의외로' 꾸미는 일을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평소에는 트레이닝복만 입고, 양말 신는 것도 귀찮아 한 겨울에도 슬리퍼를 신는다는 이도 있다. 한 배우의 매니저는 "작품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망가지는 배우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체중이 급격히 느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리 막 입어도 연예인이니 옷태가 살아 부럽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예인은 화려한 직업이다. 눈 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매일 스타일리스트가 구해 온 신상 옷들을 입는다. 패셔니스타라는 입소문이라도 나면 시판도 안된 제품을 입어 볼 기회를 얻기도 한다. 그렇다고 협찬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연예인이 입었더니 효과가 상당하더라는 평까지 들어야만 스폰서를 받는 일련의 과정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꾸미는 행위가 자신의 가치와 연결되는 연예인들에게 치장은 행복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plokm02@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