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무리 보직을 내놓을까. KIA가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31)의 거취를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
앤서니는 지난해 KIA에 입단해 주로 선발로 뛰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11승13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선발로 뛰면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뒷문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앤서니의 마무리 전환을 결정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만큼 KIA의 사정이 급했다.
시즌 초반에는 그럭저럭 자신의 몫을 잘 수행했다. 큰 불안감 없이 세이브를 쌓아나갔다. 그러나 6월 이후에는 자주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흔들렸다. 지난 6월 13일 광주 NC전에서는 ⅔이닝 동안 2실점하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고 지난 6월 28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⅔이닝 동안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도 동점 상황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으로 자신 있는 승부를 하지 못했다. 이미 3일 경기 전 앤서니의 거취를 놓고 고심을 드러냈던 선동렬 KIA 감독도 결단을 내릴 시기가 됐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선 2군행 가능성이 있다. KIA 벤치는 앤서니의 부진 원인을 자신감 결여에서 찾고 있다. 계속된 압박감, 그리고 몇 차례의 블론 세이브가 앤서니의 어깨를 움츠리게 했다. 구위 자체가 나쁘지는 않은 선수인 만큼 자신감만 찾으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KIA의 기대다. 2군에서 심신을 가다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양현종의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빈 KIA로서는 앤서니의 선발 복귀 카드도 고려할 만하다. 만약 앤서니의 대체자가 송은범 등 현재 불펜 요원에서 나오지 않을 경우 윤석민 등 선발 요원들의 마무리 전환 가능성도 있다. 앤서니와 임무 교대를 하는 식이다. 아직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K전은 비로 연기됐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하루 더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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