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한다”라는 표현대로 11년간 박지성의 입 역할을 했던 아버지는 너무도 억울했나 보다. 한국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이자 국민 축구선수 박지성을 키운 박성종 씨가 ‘무릎팍도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들의 다그침이 무서워 박지성의 공식입장 창구 역할에 발을 디딘 게 억울한 시선의 시발점이었다. 11년간 잘난 아들 둔 덕에 시작한 오지랖이 악성댓글로 이어졌다는 박 씨의 해명은 짠했다.
박 씨는 지난 4일 MBC 토크쇼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 그의 출연 소식은 때마침 아들이 김민지 SBS 아나운서와 열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축구팬들의 비난을 샀다.
이미 열애 보도 전부터 제작진의 끈질긴 노력으로 겨우 출연을 결정한 것이었지만 “아들이 연애하는데 왜 아버지가 방송에 나오느냐”는 볼멘소리는 피할 수 없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박지성이 기적 같은 결승골을 넣으면서 일약 한국 축구계의 스타로 떠오른 후 11년간 박지성의 대변인 노릇을 했던 까닭에 벌어진 오해였다.

그는 이날 왜 소속사 홍보 담당자가 아닌 자신의 이름이 기사에 오르락내리락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박 씨는 “아들 소속사 홍보 담당자가 이야기를 해도 기자들이 내 입에서 듣길 원한다”면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자들에게 아들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해도 사람들은 내 의견이라고 오해한다”고 항변했다.
2012 한일월드컵 마지막 예선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후 그날 당일에만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인터뷰를 했고 그 일을 계기로 박지성의 이야기는 아버지 박 씨를 통해서 전달됐다. 그는 연예인 며느리는 싫다고 말한 발언 역시 오해가 있었고, 무슨 말만 해도 확대해석되는 현실을 답답해 했다. 이날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박지성 팬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는 것.
박 씨는 “여기에 출연한다고 욕을 먹고, 인터뷰를 한다고 욕을 먹는다. 이제는 아들이 내가 욕을 먹는 댓글 같은 것을 보여준다”면서 씁쓸해 했다. 또한 박지성의 국가대표 은퇴를 자신이 결정했다는 시선에 대해 “아들이 오랫동안 고민을 했고 나에게 대신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을 뿐이다. 소속사의 젊은 친구가 대표팀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내가 나서게 됐다. 내 결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씨는 아들과 교제 중인 김민지 SBS 아나운서에 대해 “예쁘다”고 칭찬을 한 것 외에는 김 아나운서에 대한 발언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행여나 또 한번 자신이 아들의 교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생길 오해를 차단하는 모습이었다.
방송 내내 화통하게 자신과 아들에 대한 오해에 대해 해명한 것과 달리 아들의 여자친구에 대한 배려는 철저했다. 사실 박 씨의 ‘무릎팍도사’ 출연은 방송 전에 우려의 시선을 낳았다. 스타가 아닌 스타의 부모가 출연하는 것은 지상파 토크쇼에서 이례적인 일. 현재 낮은 시청률과 대형 스타를 안방극장에 소개시키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까닭에 박 씨의 출연에 곱지 않은 시선은 존재했다.
하지만 오해를 해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 과정에서 재치 있는 입담을 보인 박 씨의 노력은 ‘무릎팍도사’가 억지 공감과 눈물을 짜내는 아침 방송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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