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로키스의 연고지인 덴버는 고지대에 위치한 도시다. 로키산맥 서부평원에 자리잡은 덴버는 해발고도가 1600m에 이르러 '마일 시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는 높은 해발고도 때문에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고지대에 위치했기 때문에 공기의 밀도가 희박하고, 공기의 저항도 약하기 때문에 공을 쳤을 때 멀리 날아간다. 또한 공기저항이 약해 투수의 변화구도 그만큼 위력을 잃게 된다. 타자들에게는 천국, 투수들에게는 피하고만 싶은 구장이다.
때문에 구장을 좀 더 크게 지었다. 좌측 106m, 중앙 126m, 우측 107m로 규모는 메이저리그 구장 가운데 큰 편에 속하지만 정작 홈런이 많이 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구장의 크기가 커지면서 외야수들이 막아야 할 범위가 넓어져 안타가 더 많이 나오는 효과까지 생겼다.

LA 다저스 좌완 류현진(26)은 아직 쿠어스필드 선발등판 경험이 없다. 사실 두 번이나 등판할 뻔했다. 지난달 3일(이하 한국시간) 첫 등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완봉승을 거뒀던 직전 등판에서 타구에 발을 맞아 가벼운 부상을 당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류현진은 "(6월인데도) 왜 이렇게 춥냐"면서 "(쿠어스필드가) 청주구장에 비하면 잠실 급"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5일 펼쳐질 덴버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도 류현진의 등판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달 30일에 마지막 등판을 했던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등판 스케줄을 지키면 이날 등판할 뻔했지만 돈 매팅리 감독은 5선발 로테이션을 지켜 류현진을 6일 샌프란시스코 원정 첫 경기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지난달 19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가 비로 연기되지만 않았다면 류현진의 쿠어스필드 등판이 성사될 뻔했다.
4일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류현진은 "여전히 숨쉬기가 불편하다"면서 아직도 덴버 고지대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처음 덴버를 방문한 사람들은 희박한 공기밀도로 숨을 쉴 때 다소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적응을 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투수에게 불리한 건 사실이지만 던지기 나름, 지난번에도 류현진은 "경기장에 맞춰서 던지면 된다"며 쿠어스필드 등판을 앞둔 각오를 밝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쿠어스필드 등판이 무산되니 아쉽지 않냐'고 묻자 "전혀 아쉽지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진> 덴버=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