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다 쓰러질지언정 민폐란 없다.
KBS 2TV 수목드라마 ‘칼과 꽃’(극본 권민수, 연출 김용수)에 등장하는 무영 공주(김옥빈)는 사극 속 빈번히 등장하는 도움만 바라는 민폐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반갑다.
무영 공주는 왕족 일가가 타고 가던 마차가 습격을 당하자 직접 마차를 몰고 피습자로부터 가족을 지키는가 하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검을 쥐고 끝까지 추격을 멈추지 않는 등 적극적이고 위기대처 능력 또한 갖췄다.

사랑에 있어서도 받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한눈에 반한 연충(엄태웅)을 곁에 두기 위해 호위무사 시험장에 쫓아가고, 그를 대신해 물속에 뛰어들어 바다 속에 숨겨놓은 깃발을 흔드는 등 마음을 드러내는 데 숨김이 없다.
이 같은 무영 공주의 모습은 ‘칼과 꽃’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만나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칼과 꽃’은 지난 1회 방송에서 무영과 연충이 서로에게 첫눈에 반한 장면을 독특하게 표현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무영을 거꾸로 세워놓은 채 연충과 눈을 맞추게 하는 파격 장면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에서 쉽사리 등장하지 않는 이 같은 장면은 연충과 무영 공주의 스파크가 오간 찰나의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것으로 기묘할지언정 칼을 들고 적진에 뛰어드는 적극 공주라는 점에서 영 생뚱맞은 신은 아니다.
2회 방송에서는 무영 공주가 연충을 물속에서 끌어올린 뒤 두 사람이 해변에서 마주보는 급격한 점프를 통해 또 하나의 파격연출을 시도했다. 새파란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말간 눈빛으로 연충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무영의 모습은 분위기 자체로 연충을 향해 먼저 화살을 쏘는 공주의 심리를 표현했기에 신선하고 호감을 안긴다.
무영 공주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옥빈 또한 배우 본인이 가지고 있는 건강미와 다소 엉뚱하면서도 활동적 이미지를 통해 극중 인물의 욕망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데 무리가 없다.
특히 연충이 극중에서 신중하고 절제된 태도로 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면 무영 공주는 이와 반대로 동적이고 솔직한 태도라 조화를 이뤄 앞으로의 전개 또한 기대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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