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행진 중이다. 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일 방송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 10회는 전국기준 19.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9회가 17.9%의 자체 최고시청률을 달성한지 하루 만에 새로운 기록을 쓴 것.
'너의 목소리가 들려' 1회는 7.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를 차지했지만 2회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한 12.7%의 시청률로 집계, 단숨에 경쟁작들을 제치고 수목극 왕좌를 차지했다. 이후 3회부터 15~17%대 시청률을 유지했으며, 10회가 20%에 가까운 시청률 기록하며 대박행진 중이다.
최근 한차례 표절논란에 휩싸였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스포일러가 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대박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조차 2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예상하지 못했던 터. 뿐만 아니라 법정로맨스판타지라는 복합장르를 작가가 얼마나 잘 풀어낼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측할 수 없었다.
또 전작인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방송 내내 한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다 4.0%의 초라한 시청률로 퇴장했고, 최근 수목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이 10%를 밑돌고 있었기 때문에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상황. MBC '남자가 사랑할 때'와 KBS 2TV '천명' 역시 평균적으로 9~10%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현재 방송 중인 월화드라마 역시 1위인 MBC '불의 여신 정이'만 11.4%를 기록한 상태다.
하지만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빠른 전개와 흥미를 유발하는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법정스릴러를 무겁게 풀지 않고 시청자들이 재미있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의 무게감만 살짝 얹었다. 그러면서도 '상과 벌에 있어 공정하지 못하고 힘없는 사람이 억울함을 면치 못하는 요즘,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영웅 이야기를 하겠다'는 기획의도를 잘 살리고 있다. 여기에 삼각로맨스를 추가해 재미를 더했다.
이보영, 이종석, 윤상현이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것도 인기요인 중 하나. 전작인 KBS 2TV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무겁고 차가운 캐릭터를 연기한 이보영은 속물이지만 사랑스러운 면이 있는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을 곧잘 연기하고, 윤상현도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며 차관우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교복을 입은 이종석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소년 박수하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과거 아버지가 살인되는 장면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혜성을 10년 동안 마음에 품어왔다. 이종석은 수하의 어두운 내면과 혜성을 향한 짝사랑을 촉촉한 눈빛으로 표현했고, 기억을 잃은 후에는 상실감과 혼란이 가득한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기존의 수하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보영과 10살 차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의 화학작용 또한 좋다.
더불어 절대 악인 민준국을 연기하는 정웅인과 혜성의 엄마를 연기했던 김해숙, 김 등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김광규, 윤주상, 김병옥, 최성준, 김가은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호평과 함께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상반기 초라했던 SBS 드라마 성적표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대로 마지막까지 수목극 왕좌를 지키며 대박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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