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후 세 번째 경기 중 펜스 플레이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발을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 그러나 자신이 빠지면 타선 기싸움에서 밀린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면 이미 빠졌겠지요”라며 그는 발걸음마다 느끼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시즌 첫 1경기 2홈런을 때려낸 두산 베어스 중심타자 김현수(25)의 부상 투혼이 값진 이유다.
김현수는 5일 잠실 삼성전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0-0으로 맞선 1회말 1사 3루서 상대 선발 배영수의 4구 째 몸쪽 슬라이더를 그대로 당겨쳤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이어졌다. 이어 김현수는 4회말 1사 1,2루서도 배영수를 상대로 좌월 쐐기 스리런을 때려내며 7-0 리드를 만들었다. 승부처에서 터진 결정적인 두 개의 홈런. 김현수는 팀의 9-6 승리를 이끌며 안방 4연승 행진의 선봉이 되었다.
전날(4일)까지 김현수의 시즌 성적은 64경기 3할3리 5홈런 43타점.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약관의 나이였던 2008년 타격왕(3할5푼7리), 2009년 3할-20홈런-100타점(3할5푼7리 23홈런 104타점)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김현수와 지켜보는 이들의 기대치를 감안하면 뭔가 아쉽다. 그러나 김현수는 현재 온전히 자기 위력을 보여주기 어려운 상태다. 이미 팬들에게도 알려진 발목 뼛조각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복사뼈 부위에서 좀 더 내려간, 발바닥에 가깝다. 이는 지난 4월2일 잠실 SK전에서 조성우의 타구를 펜스 플레이 처리하다가 입은 부상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 타선 구성 상 김현수가 빠지기는 힘들다. 홍성흔이 가세했으나 선구 능력-장타력을 동시에 뽐내던 ‘두목곰’ 김동주의 위력이 급감해버린 과정에서 김현수는 상대 투수에게 위력을 내뿜을 수 있는 타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수 본인도 ‘반드시 버틴다’라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 경기 전 훈련 때마다 김현수는 더그아웃으로 절뚝이며 향하지만 특타를 자청하고 좌익수-1루수 수비도 병행하는 이가 바로 김현수다.
“계속 아프지요. 그런데 수술하고 그러면 오랫동안 못 뛸 테고. 그렇다고 수술을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이 부상이 악화되지 않길 바라면서 뛰고 있습니다”. 7회말 우중간 2루타를 때려내고 9-1 여유 있는 상황에서 대주자 임재철에게 바통을 넘기고 물러난 김현수. 아파도 일부러 웃고 동료에게 농담 한 마디 더 건네려 노력하는 김현수다.
경기 후 김현수는 자신의 발목 상태를 언급하기보다 "그동안 내 스윙을 하지 못했던 부분을 자각해 황병일 수석코치와 송재박 타격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갖다 맞추기보다 내 스윙 안에서 자신있게 휘두른 것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휴식 후 이긴 것이 좋다"라며 스승과 팀 승리에 더욱 가치를 두었다. 단순히 시즌 첫 멀티홈런이 아니라 어떻게든 참고 견디는 투혼이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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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