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영석의 '꽃할배' vs '1박2일'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7.06 09: 28

'역시 나영석이다!'
tvN '꽃보다 할배' 첫회 방송 이후 온라인에 쏟아진 네티즌 반응이다. '꽃보다 할배'는 KBS '1박2일' 출신 스타 PD 나영석이 CJ E&M 이적 후 최초로 선보인 새로운 예능프로그램. 5일 전파를 탄 첫회에서는 꽃할배 'H4' 이순재(80), 신구(78), 박근형(74), 백일섭(70)과 '젊은 짐꾼' 이서진(43)이 유럽 배낭여행의 첫발을 떼는 내용이 나왔다. H4 멤버 구성과 이서진의 합류,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등이 브라운관을 담담히 흘렀고 드디어 출국해 파리에 도착하자 마자 혼돈에 빠지는 H4와 이서진의 멘붕 1일의 기록이 소소하게 펼쳐졌다.
분명 조미료가 없었다. 나영석 PD는 '1박2일'에서 보여준 특유의 리얼 담백 코드를 그대로 가져왔다. 높은 몸값에 채널을 이적한 스타 PD는 여전히 소탈하고 착한 연출로 다가왔다. 둥지를 옮긴 나 PD의 변화와 도전을 향해 쏠린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마침내 베일을 벗은 '꽃보다 할배'는 어딘가 '1박2일'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차별화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영석표 '1박2일'을 사랑한 시청자들이라면 그의 새로운 야심작 '꽃보다 할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터.
# 역시 그들은 뛰어야 산다, 이번엔 더 멀리 오래 뛰었다 
'꽃보다 할배' 역시 '1박2일'과 비슷한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다. 멤버들이 달라졌고 장소가 달라졌지만, 여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들이 터지고 그 안에서 멤버들 각각의 캐릭터들이 살아난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슷한 포맷으로 다가왔다.
H4와 이서진이라는 조합은 주효했다. '1박2일'을 포함한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젊은 연예인이나 예능 선수들의 집합소였다면 '꽃보다 할배'는 평균나이 76세의 노년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그림들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43세의 후배 배우 이서진이 가세하면서 자칫 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순간 순간에 화끈한 동력이 더해졌다.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계급(?) 구조와 질서가 만든 웃음 포인트도 놓칠 수 없었다.
여행의 배경 역시 프랑스와 스위스로 옮겨 스케일이 커졌다. '1박2일' 연출 당시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던 나 PD는 한풀이라도 하듯(?) 한층 새롭고 광활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지정된 차를 타고 길을 달리던 그림에서 벗어나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직접 발길을 끌고 파리 한복판을 누볐다. '1박2일'과 비교해 단연 거대해진 스케일은 더욱 다양한 장면들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 제 6의 멤버 나 PD, 그러나 전만 못한 카리스마(?)
나 PD는 '꽃보다 할배'에서 역시 H4와 이서진에 이은 제 6의 멤버로 활약했다. 구성원 섭외부터 여행 준비 곳곳에 몸소 끼어들어 참견하고 리드했다. 과거 '1박2일'에서처럼 카메라 앞으로 들어와 직접 에피소드를 만들고 멤버들과 스킨십하는 데 능숙했다. 대개의 연출자들이 수동적인 연출과 편집의 역할에 그치는 데 반해 나 PD는 '1박2일' 시절부터 줄곧 멤버들과 맞서고 촬영 분위기를 리드하거나 때로 스스로 바보가 되는 개그 활약도 마다하지 않던 인물이다.
'꽃보다 할배'에서 역시 그는 H4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분위기를 이끌었지만 비교적 다소곳해진 인상만은 지울 수 없었다. 아무래도 연예계 대 선배들을 모신데다 절친한 이서진을 완벽히 속여 데려간 만큼 그들 앞에서 마냥 당당할 수는 없었던 모양. 가방이 무겁다고 화가나 장조림 주머니를 내동댕이치는 백일섭 앞에서 쩔쩔 매고 멘붕에 빠진 이서진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까지, 이들 사이 새로운 역학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 한결같은 인간미, 화면은 한층 세련 쫀쫀
인간미가 넘쳐나는 나 PD 특유의 손길은 여전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얘깃거리를 좋아하고 평범한 여정 가운데 발생하는 돌발 상황을 즐기는 그는 '꽃보다 할배'의 영상에서도 장기를 십분 살렸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이서진 등 멤버들 각각의 디테일을 살려주면서도 무리 사이 갈등 구조를 만들거나 직접 갈등의 중심에 서는 연출력을 뽐냈다.
전체적인 영상미는 '1박2일' 때와 비교해 한층 산뜻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아무래도 공간 자체가 이국의 풍경을 담다보니 자연스럽게 눈요기 거리도 많았다. 또 첫회에서 멤버 구성, 여행 준비, 출발, 도착, 여행 1일차의 스펙터클한 여정을 빠르게 펼쳐보이며 스피디한 매력도 살렸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OST 등 다양한 BGM을 사용하고 다소 앙증맞고 귀여운 자막이나 그래픽 등을 가미해 화면이 풍성해진 것은 '1박2일' 때와 비교한 눈에 띄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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