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포지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루수인데 우중간 안타성 타구나 중전 안타성 타구까지 광활한 수비 범위로 잡아낸다. 게다가 내야안타를 감수하고 오히려 허를 찔러 상대 주자를 잡아내는 명품 수비력을 뽐냈다. 두산 베어스 멀티 내야수 오재원(28)은 선배 고영민의 ‘2익수’를 뛰어넘는 ‘우중루수’ 수비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오재원은 지난 5일 잠실 삼성전서 6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석 3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타격 면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는데 더욱 대단했던 것은 바로 오재원의 수비력. 이날 오재원은 타자들의 성향에 맞춰 외야 잔디까지 본의 아니게 침범해 광활한 수비범위를 자랑했다.
이날 오재원 수비의 백미는 바로 채태인의 2루 내야안타 타구. 7-1로 앞선 5회초 2사 1,2루서 오재원은 채태인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잽싸게 뛰어들어 잡아냈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 옆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라 중전 안타가 당연해보였으나 오재원은 외야 잔디를 밟고 있다가 곧바로 타구를 향해 뛰어 잡아냈다. 일단 타구의 외야행을 막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는데 더욱 놀라운 장면은 바로 그 다음이었다.

타구를 잡은 뒤 오재원은 반사적으로 3루 송구했다. 때마침 박한이는 3루를 밟은 뒤 지나쳐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박한이도 오재원의 송구를 파악했으나 이미 무게중심이 홈 쪽을 향해 있었고 결국 3루수 이원석에게 태그아웃되고 말았다. 이것말고도 직전 타자 이승엽 타석에서도 우익수 근처까지 나갔다. 이승엽의 타구가 워낙 잘 맞아 범타 처리는 실패했으나 시도 자체가 좋았으며 1회에는 채태인의 우중간 바가지 안타성 타구를 따라가 잡아냈다.
게다가 6월 29일 마산 NC전에서는 2루 베이스 훨씬 뒤에 위치했다가 이호준의 타구를 잡아내 땅볼 처리했다. 타구 처리와 관련해 오재원은 “내 나름대로 타자의 성향을 파악해 시프트를 짜고자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부터 오재원은 2루 수비 면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충분한 명품 수비를 펼쳐왔다. 기존 주전 2루수였던 고영민의 부상과 슬럼프가 겹치며 오재원은 어느새 두산 내야 유틸리티 요원을 넘어 주전 자리를 만들고 이제는 고영민의 ‘2익수’를 넘어 자신의 ‘우중루수’ 영역을 구축했다.
경기 후 오재원은 박한이의 횡사를 이끈 수비에 대해 “당시 2아웃이었고 누가 봐도 안타성 타구라 분명 2루 주자가 3루를 거쳐 홈으로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만큼 지나쳤을 가능성이 있어 3루로 던졌다”라고 밝혔다. 경기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만큼 결단력있게 뛰었음을 알려주는 한 마디다.
6이닝 1실점 승리를 거두며 9승째를 거둔 니퍼트는 오재원의 깊은 수비 시프트에 대해 “가끔 불안해서 그러지 말라고도 하고 싶은데 워낙 잘 잡아내고 족족 아웃 연결시키니 뭐라고 할 수가 없겠더라”라며 웃었다. 경기 뿐만 아니라 훈련 중에도 니퍼트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오재원에게 “시끄러워”라며 농을 던지고 오재원은 아랑곳없이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있다. 사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정이 돈독한 선수들이다.
“그냥 그 곳에 있으면 안타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어린 대장금의 홍시맛 평가처럼 답한 오재원. 그는 “지난 NC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아쉽게 연승 행진이 깨졌다. 그러나 팀 분위기는 아직도 워낙 좋다. 그만큼 다시 선수들이 한데 뭉쳐 다시 뛸 수 있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우중루수’ 오재원은 확실히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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