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빌 샹클리 전 리버풀 감독의 대표적인 명언이다. 오랫동안 뛰어난 실력으로 기량을 증명한 선수가 부상 혹은 컨디션 저하로 일시적인 기량 저하는 올 수 있지만 결국은 제 기량을 발휘하게 된다는 말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5일 잠실 두산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역시 이승엽'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올 만큼. 2-9로 뒤진 삼성의 8회초 공격. 이승엽은 2사 만루 찬스에서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벤치는 김강률 대신 이정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앞선 네 차례 타석에서 2타수 1안타 2사사구를 기록한 이승엽은 천금같은 한 방을 터트렸다. 이정호와 볼 카운트 1B1S에서 3구째를 그대로 받아쳤다.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130m 짜리 그랜드 슬램.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한 커다란 타구였다.

이승엽은 심판의 홈런 사인을 확인하고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삼성팬들은 "이승엽"을 연호했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 씨는 감동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20일 문학 SK전 이후 15일 만에 손맛을 만끽한 이승엽은 덕아웃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일성 KBS 해설위원은 "모처럼 이승엽다운 스윙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올 시즌 2할대 초반의 빈타에 머물렀던 이승엽은 개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수립한 뒤 "타격감이 자꾸 왔다 갔다 하는데 일관성있게 타격감이 올라와야 본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좋은 느낌을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승엽은 이달 들어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껏 그가 보여줬던 업적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가깝지만 좋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
이승엽은 말한다. "나만 잘 치면 라인업이 완벽해질 것"이라고. 삼성은 이날 6-9로 패했다. 하지만 이승엽의 타격감 회복 조짐이라는 승리 못지 않은 소득을 얻었다. 이승엽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선두 삼성의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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