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화, 진부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06 10: 40

빛과 소금 사이를 오고가는 맹활약이다. 이제 그의 이름을 빼놓고는 SK의 라인업을 완성시킬 수 없을 정도다. 조동화(32, SK)의 맹활약 이야기다. 그가 밝히는 원동력은 ‘가장의 책임감’이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 확실한 힘이다.
조동화는 올 시즌 48경기에 나가 타율 2할7푼6리, 8타점, 13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기록만 놓고 보면 그리 빼어난 활약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동화의 가치는 경기 곳곳에서 빛나고 있다. 2번 타순에서 연결고리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음은 물론 수비와 주루에서도 단연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벌써 두 차례의 끝내기 주인공이 되며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었다.
사실 시즌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릎 부상을 이겨내고 지난해 말 팀에 복귀했지만 팀 내 입지는 예전만 못했다. 여기에 이명기 한동민과 같은 젊은 외야수들이 치고 올라왔다. 겨우 내내 땀을 흘렸지만 결국 시즌 출발을 함께 하지 못하고 2군에 머물렀다. 더 이상 젊은 선수가 아닌 만큼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짜증이 나고, 기분이 처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동화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을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없었던, 자신이 책임져야 할 식구가 있었다. 아내와 딸 예원이었다. 조동화는 가족을 보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아내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조동화는 “아내가 ‘처져 있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라고 격려했다. 몸을 만들어서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돌이켜봤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됐다.
집을 떠날 때 조동화는 가족들의 얼굴을 본다. 그 얼굴을 생각하면 결코 한 타석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조동화는 “가정이 생기고 나니 책임감이 생기더라”라고 했다. 이제는 가장의 책임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럴까. 예전과는 달리 절박함도 생겼다. 조동화는 지난 3일 문학 KIA전에서의 끝내기 안타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분유값을 벌어야 한다는 정신력”이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흘려들을 수도 있지만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이만수 SK 감독도 이런 조동화의 절박함과 성실함을 높게 샀다. 이 감독은 “조동화가 우리 팀 작전 수행의 핵심”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면담을 했는데 매 타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가족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외야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지만 “서로 배우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 그러다보면 팀 전체 시너지효과도 날 것”고 말한 조동화다. ‘가을동화’의 전설이 조금 더 앞당겨 펼쳐지길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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