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45)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신의 한수’에 버금가는 작전으로 ‘엘넥라시코’ 대역전극의 연출을 성공시켰다. 선수들은 염 감독의 ‘짜여진’ 각본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역전 드라마의 서막은 박병호가 알렸다. 박병호는 7-9로 뒤진 8회 1사후 투런포를 작렬시켜 승부의 추를 가운데로 돌려놨다. 이후 이택근-강정호의 연속 안타와 고의사구로 만든 2사 만루에서 염 감독은 ‘신의 한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누상의 주자는 꽉 찼고 타석에는 올 시즌 첫 타석을 맞는 김지수. 김지수는 봉중근을 괴롭히며 7구까지 끈질긴 승부를 이어갔다. 2루 주자 강정호는 2루 베이스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견제의 달인 봉중근이 이를 놓칠 수는 없었다. 곧바로 2루에 견제를 했다. 이 순간 LG는 ‘염갈량’ 염경엽 감독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었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대주자 유재신이 홈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어 결승 득점에 성공했다. 평소 연습해 두었던 작전이였다. 경기 후 염 감독은 "준비된 좋은 주루 플레이로 결승점을 올린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말해 ‘신의 한수’를 직접 연출했음을 밝혔다.
이날 염 감독의 신의 한수는 지난 5월 23일 잠실 두산전 수비와 오버랩 된다. 이 경기에서 넥센은 연장 11회 1사 만루에서 정수빈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1-2로 석패했다. 만약 작전이 성공했다면 신의 한수는 이 때 탄생했을 것이다.
11회 1사 1,3루에서 염 감독은 내야수들을 마운드에 불러 모았다. 2루에서 일부러 상대에게 허점을 보여 도루를 유도하는 작전이었다. 성공한다면 단숨에 2사 3루가 돼 위기를 넘길 수도 있다. 도루 성향의 1루 주자 오재원은 넥센의 함정에 빠지는 듯했다. 오재원이 도루를 하자 넥센 배터리는 피치아웃을 했다. 그러나 포수 박동원의 송구가 비켜나가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비록 실패했지만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전날 엘넥라시코에서 '신의 한수'는 야구팬들들을 흥분시키키에 충분했다. 승패를 떠나 작전 야구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한판이었다. '염갈량' 염경엽 감독의 머릿 속에는 또 어떤 작전이 숨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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