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을 쓰겠다".
선동렬 KIA 감독이 지난 5일 광주 롯데전이 비로 취소되자 취재진에게 소방수를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앤서니 르루를 2군에 내려보냈다. 2군에서 선발준비를 하고 후반기부터는 1군 선발로테이션에 가담한다. 새로운 소방수는 2년차 우완투수 박지훈이 담당한다.
그렇다면 갑자기 소방수로 발탁받은 박지훈은 성공할 것인가. 박지훈의 어깨에 KIA의 여름 행보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공한다면 새로운 소방수를 얻는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다시 소방수를 발탁해야 되는 난맥상에 빠진다.

박지훈은 작년 루키 시즌 KIA 불펜의 필승맨이었다. 직구의 볼끝이 좋은데다 포크볼과 슬라이더가 타자들 앞에서 이상적으로 떨어져 공략하기는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후반기부터 체력문제를 드러내면서 부진했다. 아무래도 루키 시즌 풀타임이 가져오은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그래도 50경기에서 방어율 3.38, 3승2패 10홀드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지난 10~11월 가을캠프에서 박지훈은 선동렬 감독의 관심아래 많은 훈련을 했다. 2000개의 볼을 던졌고 혹독한 체력훈련을 병행했다. 2013시즌 불펜의 핵으로 키우려는 시나리오였다. 마음속에는 마무리까지 생각했다. 선감독은 박지훈의 훈련량과 구위에 흡족한 평가를 내렸다.
그런데 지난 2월 전지훈련 실전에서 이상 조짐이 있었다. 도무지 투구밸런스를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시범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볼이 높게 형성되는데다 포크볼과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하지 못했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투구폼도 조금씩 바꿨지만 구위는 여전히 문제였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으나 2경기만에 2군으로 강등조치 됐다.
4월 28일 잠시 1군에 모습을 보였으나 열흘만에 다시 2군행. 당시 선감독은 "전지훈련에서 그렇게 많은 볼을 던지고 훈련도 많이 했는데 구위가 올라오지 않는다"라며 답답해했다. 자신의 투수조련 스케줄에 따르면 박지훈은 확실한 불펜투수로 올라와야되는데 슬럼프에 빠지자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2군에서 볼을 다듬었던 박지훈은 지난 6월 6일 다시 1군으로 올라왔다. 5월 30일 2군 선발투수로 나서 완투승을 따내면서 희망을 보여준 덕택이었다. 보직은 필승조가 아닌 패전 마무리조였다. 올라오자마자 3경기에서는 모두 실점을 했다. 그러나 조금씩 구위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작년의 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6월 19일 대전 한화전 1이닝 퍼펙트를 시작으로 2일 문학 SK전에는 세이브까지 따내며 7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직구 스피드가 140km대 후반을 기록했고 변화구도 예리한 각을 찾기 시작했다. 송은범이 아직 구위를 찾지 못한 가운데 박지훈을 새로운 소방수로 선택한 이유였다.
그러나 박지훈의 소방수 성공여부는 미지수이다. 그만큼 약점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선 감독은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변화구 제구력이 듣지 않으면 장타를 맞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방수는 강인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중간투수진이 허약한 만큼 8회에도 등판할 수도 있다. 미지의 소방수 박지훈이 어떤 행보를 펼칠 것인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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