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피난 때 살기 위해 짊어졌던 배낭을 60년이 지나 다시 들었다.
배낭여행은 패기로 가득 찬 젊은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생고생(?) 여행으로 인식돼 있다. 이런 배낭여행에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고령의 배우들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남다른 각오를 가지고 도전했다.
이들에게 배낭의 의미는 피난길에서 졌던 쌀자루의 느낌(이순재). 여행은 먹고 살기에 급급해 돌아보지 못하다 먹고 살만 해지니까 나이가 들어 갈 수 없게 ‘돼 버린’ 이벤트(신구)다. 즉, 이들은 가장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배낭을 짊어지고 젊은 시절 누리지 못했던 호사를 보상 받을 여행을 떠난 셈이 됐다.

지난 5일, 인지도로 치면 케이블 계에서는 블록버스터급이었던 tvN ‘꽃보다 할배’가 드디어 첫 방송됐다. 평균 연령 76세, 네 사람의 연기 경력만 무려 200여 년. 배우계에서는 살아있는 조상이라고 불릴 네 사람을 제작진이 정말 힘든 배낭여행 코스로 모실(?) 것인가 궁금증을 낳았다. 이름만 배낭여행이고 알고 보면 최고급 코스 여행이 되지 않을까란 의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얼마나 고된 일정이었는지는 시간이 다르게 해쓱해지는 이서진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국민일꾼으로 둔갑하던 순간의 아찔함이 ‘난 내 갈 길을 가련다’를 온몸으로 주장하는 H4의 강단과 어우러지면서 큰 웃음 포인트를 만들었다.
맘씨좋은 구야형 신구, “발로 차버리겠다”를 입에 달고 사는 백일섭, 형님 바라기 박근형, 우선 직진 이순재까지 단 한 회 방송으로 예능용 캐릭터를 구축한 H4의 내공이 더해지면서 ‘꽃보다 할배’의 재미는 한층 커졌다.
젊은 시절 하지 못했던 한풀이 여행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은 참 슬프게 들리지만 여기에 얽매이기에는 즐거운 일이 매우 많이 벌어졌다. 시청자들의 몫은 이들의 고생담에 동참해 열심히 즐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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