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맞아?’ 류현진, 타석에서도 무결점 활약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06 14: 12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방망이를 잡아본 적이 없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날카로운 타격 솜씨를 발휘하고 있는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천적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투·타 양면에서 맹활약했다.
류현진은 6일(이하 한국시간)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7승에 가까워졌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세 번 등판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던 류현진은 네 번째 도전 끝에 화끈한 복수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도 뛰어났지만 타석에서도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5월 6일 맞대결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퍼펙트 가이’ 맷 케인을 상대로 한 끈질긴 승부가 인상적이었다. 가뜩이나 초반 흔들린 케인의 심리를 미묘하게 흔들어놓는 보이지 않는 활약이었다. 지난 5월 6일 맞대결에서 희생번트를 대지 못하고 두 번이나 삼진을 당한 것을 깨끗하게 설욕했다. 여기에 3회에는 시즌 네 번째 타점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케인의 진을 뺐다. 2-1로 앞선 2회 1사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0B-2S에 몰렸다. 케인도 안심하는 듯 했다. 3구를 직구로 던졌다. 힘으로 승부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고 타구는 1루측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 케인과 포지 배터리로서는 뜨끔한 타구였다.
이후 케인은 자신있는 승부를 하지 못했다. 변화구를 섞었다. 4구는 슬라이더, 5구는 커브, 6구는 슬라이더, 7구는 커브를 던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변화구에도 차분하게 대처했다. 골라내고 또 커트해냈다. 8구째 바깥쪽 직구에 손을 대지 못했지만 약간 빠지는 듯한 코스였다. 볼넷을 생각할 수도 있었던 공이었다. 투수가 투수를 상대로 8구의 끈질긴 승부를 벌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두 번째 타석이었던 3회 1사 3루에서는 두 번째 투수 콘토스를 상대로 시즌 네 번째 타점을 기록했다. 2구째 90마일(144.8㎞) 직구를 밀어 쳐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평소 “95마일 아래의 직구는 공략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 그대로였다. 케인의 강판 이후 다저스의 흐름을 끊어가려던 샌프란시스코의 투수 교체는 류현진의 방망이 앞에 실패로 돌아갔다.
5회 1사 1루에서는 시즌 세 번째 희생번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류현진의 번트 자세를 확인한 콘토스는 1·2구를 모두 슬라이더로 던졌다. 쉽게 번트를 주지 않겠다는 심산이었다. 류현진도 변화구에 배트를 대지 못했다. 그러나 세 번째는 달랐다. 비슷한 코스에 슬라이더가 들어왔으나 류현진은 차분하게 번트를 대며 1루 주자 A.J 엘리스를 2루로 보냈다.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7회 무사에서는 이미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까닭에 적극적인 타격을 하지 않았다. 7회말 투구를 준비하는 듯 했다. 결국 이날 류현진의 타격 성적은 3타수 1안타 1타점, 그리고 1개의 희생번트였다. 타율도 2할3푼5리로 올랐다. 류현진이 어깨는 물론 방망이로도 샌프란시스코에 통쾌한 복수를 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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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샌프란시스코=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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