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143㎞’ 직구, SF 꼼짝 못한 이유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06 14: 36

한국프로야구에서도 143㎞ 직구라면 그리 빠른 구속은 아니다. 왼손 투수 중에서도 이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많다. 하물며 괴물들이 득실한 메이저리그라면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구속이다. 그러나 류현진(26, LA 다저스)는 그 ‘143㎞’ 직구로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꽁꽁 묶었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숫자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류현진은 6일(이하 한국시간)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하며 시즌 7승에 성공했다. 6월 한 달 동안 잘 던지고도 승리를 쌓지 못했던 류현진은 올 시즌 자신의 천적을 자임했던 샌프란시스코에 화끈한 복수전을 펼치며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했다.
1회 선취점을 내줬지만 그 이후에는 아주 깔끔한 피칭이었다. 자신을 괴롭혔던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팀 대승의 발판을 놨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과감한 직구 승부였다. 류현진은 지난 샌프란시스코와의 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이후 패턴 변화를 시사했는데 이날은 직구를 앞세워 빠른 승부를 펼쳤다. 변화구에 대비한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타이밍을 효율적으로 뺏었다.

사실 구속 자체는 빠르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92마일(148㎞) 정도에서 형성됐다. 평소보다는 1~2마일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대부분의 직구는 80마일 후반대에서 90마일(144.8㎞) 정도에서 형성됐다. 평균구속은 90마일이 채 안 됐다. 평범한 구속이었다. 직구 구속이 떨어질 때 어김없이 고전하곤 했던 류현진의 지난 모습을 생각하면 적신호였다.
그러나 류현진의 직구는 이날 위력을 발휘했다. 류현진은 이날 아웃카운트 20개 중 15개(병살타 1개 포함)를 직구로 잡아냈다. 절대적인 비중이었다. 그만큼 결정구로 직구를 많이 썼다. 비결은 제구와 볼끝이었다. 류현진의 직구는 높게 형성되는 공이 없었고 타자 몸쪽으로 많이 향했다. 스트라이크 판정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타자들의 배트에 맞은 공은 빗맞았다.
힘도 있었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으나 공이 내야에 많이 떴다. 류현진의 직구에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렸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볼끝도 좋았다. 이날 메이저리그 게임데이는 류현진의 직구를 상당 부분 투심으로 분류했다. 포심보다 더 많았다. 6회 산도발과 포지를 잡아낸 직구도 투구추적시스템에서는 투심이었다. 류현진은 스스로 말한 것과 같이 투심을 던지지 않는다. 그만큼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가 심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투구폼도 평소와는 달랐다. 좀 더 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팔스윙을 짧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 경우 타자들의 체감 구속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류현진의 예전 모습을 생각했던 타자들의 타이밍까지 미묘하게 뺏는 효과가 있었다. 이처럼 류현진은 또 다른 변신을 통해 결국 천적 샌프란시스코를 넘었다. 143㎞ 짜리의 ‘엄청난’ 직구도 기량과 이런 노력이 더해진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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