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점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단순한 점수의 적립을 떠나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고 선발 투수의 심리 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그런 선취점의 좋은 기회를 놓친 SK로서는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SK는 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3-9로 졌다. 표면적인 문제는 선발 조조 레이예스의 난조였다. 구위와 제구 모두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던 레이예스는 2이닝 동안 홈런 2방을 맞으며 6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로서는 올 시즌 최소 이닝 강판이었다.
그러나 레이예스의 난조 이전 1회초 상황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SK는 1회 한화 선발 김혁민의 제구 난조를 틈타 무사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선두 정근우가 중전안타를 기록한 뒤 2루 도루로 한화 배터리를 흔들었고 조동화 최정은 끈질기게 승부하며 모두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김혁민이 흔들릴 때는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SK로서는 경기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SK는 1회 무사 만루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박정권의 타구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듯 했으나 우익수 정현석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3루 주자 정근우가 미처 태그업을 준비하지 못해 주자는 그대로 머물렀다. 이후 이재원은 김혁민의 볼을 잘 골라내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쯤 되자 쫓기는 쪽은 오히려 SK였다. 그리고 결국 한동민도 유격수 땅볼에 그치며 한 점도 내지 못했다.
안타 하나면 1~2점, 희생 플라이라도 나왔다면 1점이었다. 선발 레이예스에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기에 무리가 없는 점수였다. 올 시즌 만루에서 약한 SK의 면모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SK의 올 시즌 만루시 타율은 2할4푼6리로 리그 8위다. 출루율(.284)도 3할에 미치지 못한다. 오직 한화(.232)만이 SK보다 못한 만루 집중력을 보였다. 팀 타율이 2할6푼1리임을 생각하면 만루 상황에서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1회 상황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승률에서도 드러난다. SK는 올 시즌 선취득점시 17승14패(승률 .548)를 기록했다. 그러나 먼저 점수를 뺏겼을 때의 승률은 3할7푼1리(13승22패1무)로 뚝 떨어진다. 물론 1회 득점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겼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경기 흐름이 초반부터 처지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SK가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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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