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 상황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수비하는 쪽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이닝 종료”다. 반대로 공격하는 쪽에서는 “아직 아웃카운트 하나가 남아 있다”다. 후자의 틈새 공략이 빛난 한화가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한화는 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초반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9-3으로 이겼다. 지난 3일 잠실 LG전에서의 충격적인 8-9 역전패를 딛고 일어선 한화는 몇몇 긍정적인 신호와 함께 오래간만의 위닝 시리즈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2사 후 집중력이 빛났다. 이닝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뛰어났다. 1회 최진행의 3점 홈런이 그런 과정에서 터졌다. 한화는 2사 후 김태완이 SK 선발 레이예스의 제구 난조를 놓치지 않고 볼넷을 골라 나갔다. 이후 김태균의 우전안타가 터졌다. 역시 욕심 내지 않고 주자를 모으는 타격이었다.

해결사는 최진행이었다. 최진행은 2사 1,2루 상황에서 레이예스의 135㎞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떨어진 것을 놓치지 않고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터뜨렸다. 기선을 완전히 제압하는 홈런포였다.
2회 추가 3득점도 역시 2사 후 집중력이 원동력이 됐다. 선두 정현석의 볼넷과 폭투, 그리고 송광민의 우중간 안타로 무사 1,3루 기회를 잡은 한화는 이준수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4-0을 만들었다. 고동진의 유격수 땅볼로 2사 1루가 됐으나 역시 이 상황에서 또 한 방이 터져 나왔다.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1군에서는 단 하나의 홈런도 없었던 이학준이 레이예스의 직구를 통타해 2점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경기는 순식간에 한화의 분위기로 넘어갔다.
3회 2점도 역시 2사 후 터져 나왔다. 한화는 1사 만루 상황에서 송광민의 3루 땅볼 때 3루 주자 최진행이 홈에서 아웃돼 다시 2사 상황에 몰렸다. 여기서 한화는 과감히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3회 교체된 사이드암 백인식을 생각해 좌타자 추승우를 투입했다. 추승우는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며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8-3으로 앞선 7회 쐐기점도 2사 후 만들어졌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진행이 바뀐 투수 전유수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고 오선진이 우익수 옆 2루타를 치며 최진행을 불러 들였다.
반대로 SK로서는 2사 후 수비가 아쉬웠다. 3회 추승우의 타구는 1루수 박정권이 뒷걸음질치다 결국 공을 잡지 못했다. 리그 최고의 1루 수비를 자랑하는 박정권임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웠다. 7회에도 오선진의 타구를 한동민이 전력질주해 잘 쫓아갔으나 마지막 순간 글러브에 들어가지 않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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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