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승‘ 유희관, “초슬로커브, 타이밍 뺏을 뿐”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7.06 21: 34

“진갑용 선배께 본의 아니게 언짢은 공이 되었다면 사과 드려야지요. 저야 단순히 타이밍을 뺏기 위해 던지는 공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사과 드리고자 합니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이 승리의 공을 야수들에게 돌리면서 79km 초슬로커브에 언짢은 기색을 비춘 삼성 라이온즈 맏형 진갑용에게 사과 의사를 표했다. 타자를 농락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잘 던지기 위한 스스로의 무기였다는 해명이다.
유희관은 6일 잠실 삼성전 선발로 나서 7⅓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34일 만에 시즌 4승 째를 수확했다. 7⅓이닝은 유희관의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이닝 소화다.

경기 후 유희관은 “오랜만에 던지는 경기라 감이 없었을 수도 있는데 대신 체력은 괜찮았다. 특히 오늘은 야수들의 도움이 컸다. 포수 양의지의 리드와 도루 저지가 큰 힘이 되었고 야수진의 호수비 덕택에 이길 수 있었다”라며 “오랜만의 등판이라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떨어졌다. 매 순간 주자가 나가면 위기라고 생각하고 집중력 있게 던졌다”라고 밝혔다.
7회초 유희관은 2사에서 대타 진갑용을 상대로 79km짜리 초슬로커브를 던졌다. 이는 볼이 되었는데 진갑용은 공을 본 후 언짢은 기색을 표출했다. 우리나이 불혹의 타자인 만큼 후배가 타자를 농락하는 공을 던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절대 선배를 우롱한다거나 하는 공이 아니었어요. 저는 그저 제 공이 상대적으로 느린 만큼 더 느린 공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던진 공이었거든요. 그런데 던지고 나서 선배들께서 ‘상대팀 맏형급 선배들께는 그런 공을 던지면 네가 죄 없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내일 찾아 뵙고 기분 언짢으셨다면 사과를 드리고자 합니다”. 유희관의 ‘느림 미학’은 매너를 도외시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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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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