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들은 아프지만 이럴 때일수록 시청자들을 웃게 해야 한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8년간 이 프로그램이 왜 안방극장에서 이토록 큰 사랑을 받았고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불리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방송이었다. 녹화 파행이 예상된 상황에서도 몸을 던져가는 몸개그로 웃음을 뽑아낸 ‘무한도전’의 내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이날 정준하와 정형돈이 각각 목부상과 탈장수술로 인한 컨디션 악화로 입원하면서 비상체제로 돌아갔다. 매주 방송되고 워낙 일정 조정이 쉽지 않은 인기 스타들이 모인 특성 탓에 두명의 멤버가 빠진다고 해서 녹화를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은 폭우 등 천재지변에서도 녹화를 강행했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정해진 구성 없이 매주 변화하며 8년을 끌고온 프로그램이 아니던가.
서장훈과 데프콘을 초대해 단순하지만 웃음이 터지는 몸개그를 펼친 것. 아직은 7부 쫄쫄이가 어색하고 예능프로그램에서 확 뜨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서도 자꾸 넘어져 웃음을 유발하는 서장훈이라는 '예능공룡'도 장착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멤버들은 비누칠 된 장판에서 몸을 뒹굴거나 디스코 팡팡에서 이를 닦고 수영장에서 몸을 때리거나 논두렁에서 넘어지는 등 온몸을 던졌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웃음 제조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도 통했다.

제법 다양한 게임을 펼쳤지만 누가 이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안방극장에 얼마나 큰 웃음을 선사하느냐가 관건이었던 것. 더욱이 애써 몸개그를 펼친 멤버들의 모습이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통편집 후 추가 촬영을 감행한 제작진과 이를 순순히 받아들인 출연진의 결단을 보고 있노라면 구성 없이 말초적인 신경을 건드린다는 이유로 힐난할 수 없었다.
사실 이날 ‘무한도전’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멤버 2명이 한꺼번에 녹화에 불참한 것도 모자라 억수 같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잡은 녹화날은 쾌청하기 그지 없었다. 비를 활용해 만든 게임은 무용지물이 됐다. 하지만 불운을 극복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
때문에 이날 방송은 초창기 비가 내리는 논두렁에서 감기까지 걸려가며 몸을 던졌던 ‘무한도전’을 떠올리게 했다. 점점 기울어지는 덤프트럭에 매달려 버티는 박명수의 표정은 짠했고, 웃음을 독려하는 유재석의 행동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단순한 몸개그 열전이었지만 이날 방송은 이들이 지난 8년간 걸어온 예능 1인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