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가 확 바뀌었다. 그동안 연예인들의 자극적인 이야기와 근황 소개에 급급했던 이 프로그램이 패밀리 특집 ‘할 말 있어요’를 통해 연예인 가족들의 사소해서 더욱 공감이 되는 갈등을 함께 공유하며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바퀴’는 지난 달 29일 방송부터 연예인 가족들의 다양한 갈등에 귀를 기울였다. 부부갈등은 물론이고 부모와 자식, 형제간의 갈등, 고부갈등에 초점을 맞춰 때론 눈물을 쏙 빼기도 하고 때론 웃음이 빵 터지는 사연들을 전했다.
지난 6일 방송은 하일과 하재익 부자가 하재익의 연애를 두고 의견차이를 보이는 사연을 소개했다.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인이 된 하일은 아들이 연애를 하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입장. 반면에 아들 하재익은 이제 20살이 넘었으니 연애를 해도 된다며 팽팽히 맞섰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 자녀 성교육 문제는 피할 수 없으며 부모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들었다.

이날 재미는 마지막 순간 MC들이 화해를 주선하자, 훈훈한 갈등 봉합이 아닌 “됐다 이 녀석아”를 외치며 반대 의사를 굽힐 의중이 전혀 없음을 드러낸 하일의 재치 넘치는 외침이었다. 보통의 예능프로그램이 억지로라도 훈훈하게 마무리 하는 것과 달리 ‘세바퀴’는 부자의 귀여운 갈등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오히려 현실감을 높였다. 그 어떤 집이든 가족간의 갈등은 대화 한번에 한순간에 풀리기 어렵기 마련이다.
하일과 하재익 부자가 퉁퉁거리면서 재미를 안겼다면 눈물을 쏙 빼놓은 부부도 있었다. 2010년 폭행 사건에 연루된 이후 사업 실패로 10억 원의 부채까지 떠안게 된 이혁재와 아내 심경애 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이날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오히려 단단해진 애틋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이혁재는 폭행 사건 이후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됐고 아내는 그런 이혁재가 안쓰러웠던 상황. 심 씨의 어머니가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태쓰라고 마련해준 2000만원이 쌓인 빛 때문에 8초 만에 자동이체로 없어졌다며 생활고를 고백하며 눈물을 흘린 이혁재와 그런 남편에게 기죽지 말고 눈치 보지 말라고 위로하는 심 씨의 모습은 늦은 밤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워낙 폭행 사건의 파장이 컸던 탓에 이혁재에 대한 시선은 엇갈리지만 이 부부가 보여준 진한 신뢰와 애정은 감동을 안기기 충분했다는 반응이다.
이렇듯 ‘세바퀴’는 패밀리 특집을 통해 연예인 가족의 고민과 갈등을 풀어놓고 있다. 함께 출연한 다른 연예인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족에게 조언을 하기도 하고 따끔하게 질책을 하면서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다른 연예인의 사연에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것처럼 거들고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것은 누구 하나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고민할 수 있는 문제를 진솔하게 털어놓기 때문일 게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강력한 경쟁자인 KBS 2TV ‘인간의 조건’을 누르고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공감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은 ‘세바퀴’의 놀라운 변화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인 '세바퀴'의 다음 행보에 안방극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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