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사극 우려먹기, 장금이 또 나왔어요?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7.07 11: 08

요리 하던 장금이가 도자기 빚는 드라마?
이 정도면 사극의 우려먹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반인반수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워 시청률 20%를 넘나들었던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가 안방극장을 떠난 후 어디서 본 듯한 드라마가 또 한번 등장했다.
바로 ‘구가의 서’ 후속 ‘불의 여신 정이’다. 이 드라마는 16세기말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예술의 결합체인 조선시대 도자기 제작소 분원을 배경으로 사기장 유정(문근영 분)의 치열했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리겠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했다.

일단 지난 1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2회 연속 시청률 1위를 수성하며 안방극장을 호령하고 있다. 노영학, 진지희, 박건태 등 아역배우들과 전광렬, 정보석, 이종원 등 중견배우들의 열연이 이 드라마의 초반 인기의 이유다. 드라마는 인기를 달리고 있지만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바로 사극에서 주구장창 다루는 성공 스토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유정이 조선 최초의 여성 사기장으로 오른 데까지의 과정 안에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거친 운명을 뚫고 당당하게 성공하는 이야기는 불과 몇 개월 전 ‘구가의 서’ 전작인 ‘마의’에서 만났다. 천한 신분을 딛고 어의로 성장한 백광현의 이야기와 사기장 유정의 인생역전 스토리는 아직 초반인데도 어딘지 모르게 흡사한 구석이 많다.
더욱이 ‘불의 여신 정이’는 공전의 히트를 쳤던 ‘대장금’과도 똑닮았다. 오죽하면 네티즌 사이에서 장금이가 도자기 빚는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성공 스토리는 주인공이 험난한 고난을 헤치는 과정에서 짜릿한 감동을 안긴다는 이유로 사극에서 줄곧 우려먹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성공 스토리를 활용한 사극이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람만 바뀌는 붕어빵 스토리가 주구장창 활용되고 있다.
시청률이 중요한 방송가에서 사극에 성공 스토리를 가미하면 최소한 실패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아직까지도 통하기 때문. ‘불의 여신 정이’는 진부하고 뻔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성공 스토리로 방송 전부터 숱하게 화제가 됐고 매회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보이고 있는 KBS 2TV ‘상어’와 SBS ‘황금의 제국’을 제쳤다.
물론 아직 2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의 탄력이 붙는 중반 이후 어떤 성적표를 얻을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성공 스토리에 안방극장이 응답하기 때문에 사극의 소재 우려먹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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