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쌘 파리 하나에 웃음이 터지고, 땀에 절어 시큼한 냄새도 견딜 만 한 곳.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는 각이 잡혀 있는 답답한 군생활도 할 만 하며 그리고 남는 게 많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지난 4월 첫 방송 후 이 프로그램이 줄곧 전하는 이야기는 군대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 군대라는 곳은 정신 없는 얼차려에 욱하기도 하고, 호랑이 같은 당직사관들의 눈빛이라도 마주하면 오줌이 지릴 정도다. 그래도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군대는 끈끈한 전우애가 넘치고 자신의 인생과 가족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다.
지난 7일 방송된 ‘진짜사나이’는 태극공병여단 청룡대대로 전입한 김수로, 서경석, 장혁, 샘 해밍턴, 류수영,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의 모습이 그려졌다. 언제나 그렇듯 전입 첫 날이었기에 꽉 잡힌 군기 때문에 긴장감과 어색함이 감돌았다. 이날 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생활관 분위기에 안방극장이 잔뜩 움츠려들었다.

하지만 대화와 고된 훈련은 얼음장 같았던 분위기를 한순간에 해동시켰다. 나이 많은 ‘진짜 사나이’ 멤버들과 나이가 어린 일반 병사들은 서로의 나이를 물어보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진지하게 고된 훈련 후일담을 이야기하다가 파리의 등장으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샘 해밍턴이 육중한 몸으로 전자파리채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파리를 잡는 모습과 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선임들의 모습은 웃음을 참지 못하게 했다. 또한 손진영에게 군기를 잡았던 선임이 훈련 중 나란히 얼차려를 받게 되며 구멍병사 사수와 부사수가 되는 장면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즐거움이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은 반복되는 훈련과 답답한 군 체계가 고돼도 견디게 한다. ‘진짜 사나이’ 역시 어차피 이행해야 할 군복무를 즐겁게 수행하는 것이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는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누구나 그렇듯 20대 초반 한창 혈기 왕성할 시기에, 그리고 인생의 초석을 다질 시기에 2년여간의 군복무는 피하고 싶으면 피하고 싶을 짐덩어리일 터다. 때문에 변화한 군대의 모습과 함께 군복무를 즐겁게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진짜 사나이’가 감동과 재미 그 이상의 교훈을 안기며 보석 같은 예능프로그램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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