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던 두 외국인 투수가 조금씩 흔들린다. 한창 좋을 때의 구위가 아니다. 두 선수가 팀 선발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일이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선수 농사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SK는 올 시즌 외국인 투수를 가장 잘 뽑은 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찌감치 접근한 끝에 영입에 성공했던 크리스 세든(30)은 물론 덕 슬래튼의 예기치 않은 은퇴 해프닝 끝에 영입한 조조 레이예스(29)도 복덩이로 팀에 기여했다. 이들은 리그의 외국인 왼손 투수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주역들이기도 하다.
실제 성적만 놓고 보면 타 팀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세든은 올 시즌 16경기에 나가 7승5패 평균자책점 2.50의 호성적이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2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팀의 개막전 선발이기도 했던 레이예스도 다소간 부침이 있으나 18경기(선발 17경기)에서 6승8패 평균자책점 4.39로 선방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성실함이 돋보인다. 레이예스는 108⅔이닝, 세든은 104⅓이닝을 던졌다. 이닝소화에서 리그 1·2위다.

그런데 두 선수의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세든은 5월까지의 평균자책점이 1.72에 불과했다. 그러나 6월 이후로는 그 전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2경기인 6월 27일 목동 넥센전(5이닝 2실점)과 2일 문학 KIA전(6이닝 5실점)에서는 모두 부진했다. 레이예스도 6일 대전 한화전에서 2이닝 6실점이라는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스스로는 “날씨가 너무 습해 경기 전 불펜 피칭을 할 때부터 몸이 무거웠다”라고 했지만 구위의 차이가 너무 컸다.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의 성적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낯설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낯설음을 최대 무기로 삼는 외국인 투수라면 더 그렇다. 철저히 분석을 당하기 마련이고 계속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두 선수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만수 SK 감독도 “분석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다보니 그만큼 노출의 빈도가 크고 체력 또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세든은 강속구 투수와는 거리가 멀다.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가 장점인데 최근 이 장점이 무뎌졌다는 평가다. 레이예스 또한 빠른 공을 던지지만 제구가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체력이 처지면 구위는 물론 그만큼 제구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많은 이닝을 던진 만큼 앞으로의 체력 보강이 화두로 떠오른 모양새다.
두 선수가 팀 마운드에서 차지하는 몫은 절대적이다. SK가 그나마 후반기 이후 대반전을 믿는 구석은 세든-레이예스-김광현-윤희상으로 이어지는 수준급 선발진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외국인 투수가 부진의 늪에 빠질 경우 말은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연승을 이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승률 관리에 비상이 걸린다. 두 선수가 다시 원기를 찾을 수 있게끔 유도하는 팀의 전략도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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