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이제 쓸 투수가 없는데...”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지난 3일 잠실 한화전이 끝난 후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LG는 5점차를 뒤집는 대역전승을 이뤄냈지만 선발투수 신정락이 2회에 무너지면서 불펜진을 총동원했다. 신정락 이후 임찬규 임정우 이상열 이동현 봉중근이 차례대로 등판했는데 임찬규가 3⅔이닝을 버틴 게 크게 작용했다. 임찬규가 없었다면 정현욱이 등판 불가였던 LG는 불펜 인원부족으로 역전승까지 닿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날인 4일 LG는 임찬규를 1군 엔트리서 제외하고 유원상을 서둘러 올렸다. 원래 유원상의 콜업 예정일은 주말 넥센 3연전이었지만 전날 불펜 소모가 극심해 날짜를 하루 앞당겼다. 이날까지 정현욱이 등판 불가였기 때문에 전날과 같은 불펜 소모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경기 시간을 앞두고 비가 쏟아졌고 세찬 비로 경기가 취소됐다. 이 순간까지만 하더라도 하늘은 LG의 편인 듯싶었다.

그러나 비로 인한 휴식에도 LG 불펜진의 컨디션은 장상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만한 게 LG는 5월 17일부터 6월 23일까지 4일 휴식 없이 11번의 3연전을 치렀고 22승 9패라는 기적을 연출했다. 덕분에 순위가 7위에서 2위까지 수직 상승했지만, 그만큼 불펜진 소모도 심각했다. 선발진에 확실한 이닝이터가 리즈뿐이라는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리즈와 원투펀치를 이뤄야 할 주키치는 조기 강판이 잦아 경기 당 4이닝 소화에 그쳤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LG 불펜진은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02⅔이닝을 투구했고 평균자책점은 가장 낮은 2.54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LG는 넥센과 주말 3연전에 대비, 불펜진에 우규민과 신정락을 포함시켰다. 우규민은 비로인해 4일 한화전 선발 등판이 취소됐고 신정락은 3일 경기 때 조기 강판되면서 1⅓이닝동안 34개의 공만 던졌다. 신정락은 비 때문에 선발 등판을 거른 경우, 다음 선발 등판까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바 있다.
5일 넥센과 주말 3연전 첫 경기, 3회초에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내리고 이상열과 우규민이 5회까지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은 순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4점을 리드하던 6회초에 터졌다. 순조롭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우규민은 이성열에게 한 끗 차이로 볼넷을 내줬고 교체됐다. 리즈·우규민의 1+1 선발 전략이 막을 내린 순간이었고, 우규민과 바통터치한 류택현이 문우람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며 8-6, 그대로 경기는 넥센의 가시권으로 들어갔다.
이미 지쳐있었던 LG 불펜은 넥센 타선을 당해내지 못하며 8회말 결승점을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4일 휴식 없이 11번의 시리즈를 치르는 동안 6개 밖에 없었던 불펜진 피홈런이 이날 경기서만 2개가 나왔다. 다음날 LG 김기태 감독은 이른 투수교체와 불펜진 총동원에도 팀이 패한 것을 두고 “전체적으로 감독 욕심이 컸다. 내 욕심 때문에 졌다”고 패배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LG는 주말 3연전 남은 2경기도 모두 패했다. 일단 선발 대결부터 넥센에 밀렸다. 하지만 불펜 소모는 최소화했다. 우규민 신정락 유원상 임정우가 이닝을 먹으면서 기존 필승조 중 이상열만 6일 경기서 마운드에 올랐다. 8일 휴식까지 생각하면, 모처럼 이동현 정현욱 류택현 봉중근이 3일 동안 마운드를 밟지 않게 됐다.
우규민은 올 시즌 처음으로 불펜에서 등판한 것에 대해 “주말 3연전 때 잠시 불펜으로 가는 것을 코치님이 요구하셨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불펜서 나올 때는 원래 나는 중간투수란 마음으로 등판했다”며 “사실 지난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후 10일 이상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오랫동안 못 던진 만큼, 어느 정도 던지면서 준비해야했다”고 말했다. 우규민은 다음 주 목요일 잠실 NC전 혹은 SK와 주말 3연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결론은 이렇다. 주말 3연전 첫 경기 패배는 쓰라렸지만 나머지 2경기는 소위 말해 ‘잘 졌다’는 것이다. 불펜 못지않게 야수진도 페이스가 떨어질만한 시기였다. 10연속 위닝시리즈로 거침없이 달려온 것에 대한 후유증이 찾아왔다. 3연패에도 39승 31패로 5할 승률 +8,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단 한 계단만 하락했다. 1위 삼성과의 격차도 이전 2경기에서 3경기로 1경기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천적 넥센에 스윕패를 당한 것은 달갑지 않으나 넥센과 만난 시기가 페이스를 조절해야만 하는 시기였다.
이제 LG는 9일 잠실 NC전부터 다시 시작한다. 9일 선발투수가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7월 3일 투구수 34개, 7일 투구수 7개만 기록한 신정락이 9일에 선발 등판할 수 있다. 불펜 필승조가 의도대로 컨디션만 되찾았다면, 투수진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우승팀도 시리즈 스윕을 당한다. 중요한 것은 스윕패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8경기 남았는데 당장 이전처럼 폭주할 필요는 없다. 1위부터 6위까지 붙어있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성패는 8월은 훌쩍 지나야 드러난다. 연패를 피하고 5할 승부만 해도 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운영만 잘 하면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다. 이미 한 번 신나게 치고 올라가 봤다. 두 번째로 치고 올라가야할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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