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이하 한국시간) 그토록 힘겨웠던 시즌 7승을 거둔 류현진(26,LA 다저스). 그날 류현진은 6⅔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선을 봉쇄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경기였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 바로 7회 있었던 실점이다. 2사 2루에 주자를 남기고 내려간 류현진의 책임주자를 뒤에 올라온 불펜투수 호세 도밍게스가 좌전안타로 들여보내고 말았다.
때문에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통역인 마틴 김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마틴 김에 따르면 류현진은 7회 선두타자 브랜든 벨트에 2루타를 맞은 것에 대해 계속 자책을 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이닝을 끝내도록 두지 않은 감독, 실점을 허용한 도밍게스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 대한 책망을 하고 있던 셈이다.
주자른 남겨놓고 내려간 선발투수는 더그아웃에서 불펜투수가 호투를 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불펜이 강한 팀의 선발투수는 평균자책점에서 이득을 볼 것이고, 그렇지 못한 팀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류현진은 아쉽게도 후자에 속한다.

다저스의 불펜투수 평균자책점은 4.33으로 메이저리그에서 4번째로 높다. 가장 성적이 나쁜 휴스턴 애스트로스(4.99)보다야 사정이 낫지만 평균자책점 1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2.75)와 비교하면 다저스 불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해 준다.
불펜투수에게 평균자책점만큼 중요한 수치가 바로 승계주자 실점률이다. 보통 실점위기에 등판하게 되는 불펜투수의 위기관리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 평균 승계주자 실점률은 정확히 30%, 그러나 다저스는 35%(146승계, 51실점 허용)다. 승계주자 실점률은 뒤에서 4등, 실점 수는 뒤에서 2등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평균적인 지원조차 받지 못했다. 올 시즌 류현진이 남겨놓고 내려간 주자는 모두 9명, 이 가운데 책임주자(1명은 실책으로 출루)는 8명이었다. 이 가운데 6명이 홈을 밟았다. 승계주자 실점률이 무려 66.7%에 이르는 것이다. 이 중 류현진의 자책점은 4점이었다. 3점은 로날드 벨리사리오가, 1점은 이번에 호세 도밍게스가 허용했다.
8명의 책임주자를 남겨놓고 내려간 류현진이 만약 메이저리그 평균적인 불펜을 가진 팀에서 뛰었다면 2점에서 정도만을 자책점으로 떠안았을 것이다. 만약 2점만 줬다면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58로 떨어진다. 다저스 평균으로만 쳐도 3실점, 평균자책점은 2.66까지 떨어진다.
결국 류현진은 리그 전체 평균을 보더라도, 팀 평균을 보더라도 불펜의 덕을 보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최소한 류현진의 전반기는 불펜에 있어서만큼은 운이 없었다는 의미다. 전반기 남은 1경기, 그리고 후반기에는 류현진이 불펜투수의 덕을 볼 수 있을까.
<사진> 샌프란시스코, 곽영래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