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일 이유 없다. 스타가 없는 가운데서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을 다시 증명했다.
한국은 터키 카이세리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3 U-20 FIFA 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4-5로 패해 8강서 탈락했다. 전후반을 2-2로 비긴 한국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 후반 종료 2분전 골을 허용한 한국은 패색이 짙었다. 이 때 정현철이 추가시간 극적인 골을 터트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서 한국은 4-5로 아쉽게 패했다.
그러나 전혀 아쉽지 않다. 오히려 고맙다. 스타가 한명도 없는 상황에서 이광종 감독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은 말 그대로 대박을 터트렸다. 비록 졌지만 태극전사들은 최선을 다해 투혼을 발휘했다. 2경기 연속으로 연장전을 치렀다고는 믿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승패를 떠나 한국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점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명승부였다.

지난 홍명보호를 비롯해 각급 대표팀에서는 내세울 만한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은 달랐다. 에이스라 불린 문창진(포항)이 부상을 당해 최종 엔트리서 탈락하면서 좀처럼 보기 힘겨운 선수였다. 그나마 알려진 선수라면 수원에서 프로에 데뷔한 권창훈 정도였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명제아래 최선을 다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 부터 시작됐다. 차근차근 힘을 합쳐 조직력을 다지며 상대한 대표팀의 경기력은 분명 안정적이었다.
콜롬비아와 경기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라크와 4강전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에이스가 없어서 탈락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집중력이 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연장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체력적으로 어려운 상태였던 대표팀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라크와 2번째 승부차기서는 결국 체력에서 힘겨웠다. 3-3으로 마친 두 팀의 운명은 승부차기에서 가려졌다. 선축에 나선 한국은 1번 키커 김선우(울산대)가 멋지게 성공시켰지만, 2번 키커 연제민의 슈팅이 골대 위로 넘어가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라크 역시 3번 키커가 실축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양 팀의 4, 5번 키커가 모두 성공시킨 가운데 이광훈이 6번 키커로 나섰다. 이광훈은 오른발로 골문 왼쪽을 정확히 노렸지만, 이라크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이어 이라크 6번 키커로 나선 파르한이 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는 종료됐다.
한국은 30년 만의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4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문창진과 함께 류승우(중앙대)마저 떠난 상황서 한국은 조직력을 통해 세계무대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에이스가 있더라면 새로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조직력이라는 더 큰 교훈을 얻었다. 새로운 수확이다.
10bird@osen.co.kr
대한축구협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