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서 유일하게 귀화혼혈선수를 보유하지 않았던 SK는 데이비드 마이클스를 영입했다. 연봉 1억 원에 계약을 체결한 마이클스는 말 그대로 '언더독(underdog)'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유럽무대를 평정했던 문태종(LG)을 포기하면서 선택한 마이클스에 대해 SK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성격이 착하기 때문이다.
6일과 7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에 참가한 마이클스는 착하다는 평가처럼 팬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한국에 와서 그는 장기자랑을 준비했다. 이효리의 '미스코리아'에 맞춰 분장을 하고 춤을 추면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팬들 뿐만 아니라 본인도 즐거워 했다.
12살때 미국으로 이민 간 어머니가 미국인과 결혼해 태어난 마이클스는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요즘 유행하는 K-POP은 몰랐지만 이효리의 '미스코리아'에 맞춰서는 멋지게 춤을 췄다. 유연한 몸이 가능하게 했다. 마이클스는 "이틀밖에 준비하지 못했다. 춤이 어땠는지 모르겠다. 그냥 팬들도 즐거워 하니 나도 즐겁다"라면서 밝게 웃었다.

미국 위트먼 대학을 졸업한 마이클스는 2012년 포츠머스 인비테이셔널 토너먼트에 참가해 평균 7.3점 3.3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하며 한국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012-2013시즌에는 네덜란드 1부 리그 레이우아르던(Leeuwarden) 소속으로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46경기에 출전, 9.8점 3.7리바운드 1.2어시스트 1.8스틸 3점슛 성공률 33.7%을 기록하며 팀을 정규리그 4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네덜란드리그의 수준은 높지 않다. 외곽에서 활약한 그는 비록 결승전에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정규리그때 보여준 능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장기인 3점슛 성공률이 20%에 그치면서 팀도 가라앉고 말았다.
직접 그를 지켜본 SK 문경은 감독은 일단 "착하다"라는 말을 했다.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말을 잘 듣는다는 말이다.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전 체력훈련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마이클스는 전혀 빠지지 않고 있다. 문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시키는 훈련은 무엇이든지 해내고 있다.
문 감독이 가진 첫인상에 대해 설명하자 "대학시절 감독님이 규율을 굉장히 강조했다.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구에서 팀 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규율을 지키는 것이 팀 스포츠의 선수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모님께서 항상 윗사람에 대한 존경을 가지라고 가르치셨다. 윗사람에 대한 존경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클스는 14살에 농구를 시작했다. 키가 크기 때문에 시작했다. 엄한 코치들을 만나면서 기본기를 제대로 배웠다. 골밑 플레이를 가장 먼저 배운 그는 점점 외곽 플레이까지 배워 나갔다. 여전히 배울 것이 많지만 문경은 감독은 마이클스에 대해 "골밑에서 박스아웃을 잘하고 풋워크도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고등학교때는 센터로 뛰었다. 그러나 점점 여러가지를 배우게 됐다. 그래서 골밑에서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신 포워드인 마이클스는 배울 것이 많다. 외곽슛 폼도 교정해야 하고 KBL도 적응해야 한다. 특히 마이클스가 KBL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과거 귀화혼혈선수 중 박태양(전 KT)과 원하준(전 KT&G)은 훈련강도가 세고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하차했다. 개인기보다 조직력을 강조하는 한국의 농구스타일도 미국과 전혀 다르다.
특히 이름값이 높은 것도 아니다. NCAA 디비전 1 대학 출신이 아니다. 가장 하부인 디비전 3 출신이다. 그러나 자신감이 넘쳤다. 비록 '언더독'이라고 해도 아직 경쟁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이클스는 "아직 한번도 코트 위에서 경쟁을 펼치지 못했다. 따라서 붙어봐야 한다. 문태종, 이승준, 전태풍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실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그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배워서 시즌을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마이클스는 미국으로 잠시 돌아가 휴가를 가진 뒤 본격적으로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의 한국이름은 '박승리'로 결정됐다. 그는 "내가 승리하는 것 보다 팀이 승리해야 한다. KBL에서의 첫 시즌 목표는 그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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