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헷갈리는 투수교체 규정의 모든 것 (2)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07.08 12: 58

감독 또는 코치가 투수교체나 작전지시를 위해 덕아웃에서 마운드 쪽으로 향할 때, 한 번 간 것으로 계산할 지 아니면 안 간 것으로 처리할 지의 기준이 되는 구분점은 마운드가 아닌 파울라인이다. 일단 선을 넘어서면 생각이 바뀌어 바로 돌아섰다 하더라도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온 것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이 규정 속에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상황 하나가 못 박혀 있는데, 그것은 '동일 이닝, 동일 타자 때 2번 연속해서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서는 안된다'는 규정(8.06)이다. 만일 이 규정을 어길 경우, 감독은 경기에서 퇴장당하며, 해당 투수는 상대하던 타자와의 승부를 끝낸 후 경기에서 물러나야 한다.

 
2009년 5월 19일 제리 로이스터(롯데)감독은 잠실 두산전에서 바로 이 규칙을 위반해 경기에서 퇴장조치 된 일이 있다. 이날 로이스터감독은 6회말 이원석(두산) 타석때 이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한 번 다녀간 상황에서 심판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퇴장조치된 것인데, 당시 로이스터는 투수 이상화(롯데)의 부상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간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심판원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올라간 것이었기에 규칙에 의한 퇴장을 면할 수는 없었다. 아울러 투수 이상화 역시 타자 이원석을 상대하고 바로 경기에서 물러나야 했는데….
 
그러나 이 규칙에도 예외의 경우가 한가지 들어 있어 간혹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곤 한다. 그것은 상대가 대타를 냈을 경우, 감독이나 코치가 투수교체를 위해 재차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2003년 7월 29일 잠실 두산과 한화전에서는 2회말 두산 공격 때 한화의 이상군 코치가 투구 중이던 조규수에게 다녀간 뒤, 두산이 김동주를 대타 좌타자 최경환으로 바꾸자 다시 마운드로 가 좌완 김홍집으로 교체하겠다는 뜻을 심판에게 전했지만 묵살. 결국 조규수가 대타 최경환을 상대하다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은 일이 있었는데, 이는 잘못된 만남이었다. 상대가 대타를 기용했기 때문에 한화 이상군 코치의 거듭된 마운드행은 문제될 것이 없었고, 규칙에 따라 조규수를 김홍집으로 교체하면 그만이었다. 즉 예외규정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 된 경우였다.
 
한편 꼭 동일 타자때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한 이닝에서 감독이나 코치가 동일 투수에게 2번 가게 되면, 그 투수는 경기에서 자동적으로 물러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이 잘못 해석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야수가 교체된 사례도 역사에 남아 있다.
 
1992년 7월 11일 대전구장 빙그레와 LG전(DH1차전)에서는 7회말 빙그레 공격 때, LG 이종도 수석코치가 투수 민원기를 향해 2번 마운드에 올라 투수를 차동철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민원기를 경기에서 제외시키지 않고 1루수로 돌린 적이 있는데, 규칙상 이는 잘못된 선수교체였다. 민원기는 1루수로의 이동이 아닌, 경기에서 완전히 물러나도록 해야 했는데, 단지 투수의 임무만 종료되면 괜찮은 것으로 현장에서 해석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깜빡 넋을 놓고 있다가 규칙에 위배되는 투수교체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또 한가지 도사리고 있는데, 다음의 내용 때문이다.
 
'구원투수가 이닝 도중 등판할 경우, 상대하는 타자가 출루 또는 진루하거나, 그 이닝이 종료되었을 때에는 또 다른 구원투수로 교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닝 도중 루상의 주자만을 견제사나 도루자 등으로 아웃시킨 후 곧바로 교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997년 5월 전주구장 쌍방울과 현대전 6회초 1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쌍방울의 김성근 감독은 상대 팀의 대타기용과 맞물려 좌완 오상민을 마운드에 올렸는데….
구원투수 오상민이 대타 하득인을 맞아 볼카운트 1-1 상황에서 1루주자 김경기를 견제사로 잡아내자 김성근 감독은 그라운드로 걸어 나와 김현욱으로 다시 투수를 교체하겠다는 뜻을 주심에게 전달한 일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상대 중이던 타자와의 최종 승부가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고, 이닝이 종료된 것도 아니었기에 투수교체를 허락할 수 없다는 심판원의 제지로 김현욱의 구원등판을 막긴 했지만, 쉽게 생각하다간 규칙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대단히 농후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견제사 말고도 간혹 구원투수가 올라오자마자 폭투를 저질러 루상의 주자를 득점시킨 후, 곧바로 아니다 싶어 또 다른 구원투수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투구 중간에 돌발 상황이 끼어들게 되면 주의가 산만해져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외로 지난 6월 26일 대전구장 한화와 삼성전 8회초에 한화의 윤근영이 마운드에 올랐다 공 1개도 던지지 못하고 다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던 해프닝은 당일 출장할 수 없는 선수로 등록(세모 표시로 체크된 선수)되었던 것을 모르고 등판시킨 때문으로, 이는 신분상 부정선수인 만큼 시기를 막론하고 발견 즉시 경기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올바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윤근영이 당일 등판 직후 심판원이나 기록원의 제지 없이 타자나 주자를 상대로 플레이를 시작했다면, 기록적으로 그 플레이는 모두 유효가 된다. 다만 신분상 출장이 가능한 기타 잉여선수가 아닌, 나와서는 안 되는 부정선수 신분이었던 만큼, 발견 즉시 경기에서 빼내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상으로 지난 (1)편에 이어 투수교체 과정에서 규칙이나 규정과 맞물려 헷갈리기 쉬운 상황을 실례를 가미해 따로 정리해보았다.
 
야구규칙이나 규정은 말로 하면 쉽다. 그러나 현장 속에서 직접 상황을 만나게 되면 규칙이나 규정에 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적용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긴장감을 잃고 경기에 임하는 흐트러진 마음자세가 사고의 가장 큰 주범이지만, 집중한다고 해도 지나친 긴장감은 오히려 사고의 경직을 부를 수도 있다.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미리 머리에 그려 대비하는 자세 즉 이미지 트레이닝이 심판원이나 기록원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만이 오판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전 롯데 감독 로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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