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정수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한결같다. 거친 수컷의 냄새를 한껏 풍기는 짐승남, 남자들과 의리를 목숨보다 중시하는 상남자, 유머와 멜로와는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 마초남 이미지다.
이런 느낌은 탄탄한 근육질의 외모에서 비롯됐으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영화 '튜브', 해바라기' 드라마 '마왕', '한성별곡', '추노', '포세이돈', '아랑사또전', 그리고 최근 종영한 '우와한녀' 등을 통해 굳어졌다. 이에 OSEN은 한정수라는 이름 석자에서 막연하게 떠오르는 대중들의 편견 3가지를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다.
# 한정수는 재미 없다?

'재미 없다'는 말을 꺼내기 무섭게 한정수는 "잘못된 편견이다. 남을 웃기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자신을 '재미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주변 사람이 많으며 반응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람을 웃기는 걸 좋아했다. 웃기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큰 키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와 학급 맨 앞자리에 앉아 모두를 웃기려 노력했다. 고3때 개그맨 시험을 보려고 함께 콩트도 준비했는데, 결국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결국 그는 개그맨이 아닌 뮤지션으로의 길을 택했고, 밴드 생활을 거쳐 지난 1996년 2인조 아이돌 댄스그룹 데믹스로 연예계 데뷔했다. 이후엔 다시 배우로 직업을 선회했다.
"웃기고 싶었지만, 그걸 직업으로 갖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 보니 가수에서 연기자로, 자연스럽게 흘렀다. 몸속에 내재된 개그본능은 여전하고, 웃긴 여자를 만날 때가 가장 편하고 좋다. 최근 출연했던 XTM '아드레날린'에서 보여지는 허술하고 어리바리한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다."

# 한정수는 모태 마초다?
'마초'라는 물음에도 돌아오는 답변은 "아니다"였다. 짐승남과 함께 마초라는 이미지 역시, 그의 근육질 몸매에서 기인하는 선입견에 불과했다. 한정수는 자신의 성향과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며 항변(?)에 나섰다.
"마초남이라고 하면 친구들의 술자리를 주도하는 주당이라는 생각이 강하지 않나? 일단 난 술을 전혀 못한다. 한 잔만 마셔도 기절하는 수준이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겼지만, 나이를 먹고 나니깐 그렇지도 않다."
현재 솔로인 그는, 여자를 쥐락펴락하는 하는 모습도 마땅히 없어 보였다. 연애를 하는 동안은 '나쁜 남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상대방이 자신의 웃긴(?) 모습을 더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이런 그에게 여전히 '결혼'은 먼나라 이야기.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더 자신이 없어진다. 최근 조동혁, 임형준과 셋이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는데, 결혼한 형준이 3박 4일 스케줄 동안 아내의 쇼핑 리스트 목록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난 절대 못한다."
# 한정수는 멜로연기가 힘들다?
이 또한 우락부락하고 탄탄한 근육질 때문. 제작 관계자들은 언제나 한정수에게 강인한 남자의 역할을 부여하고, 달콤한 멜로연기 캐릭터는 꽃미남 배우들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멜로 연기에 자신 있느냐?'고 묻자 돌아온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멜로가 가장 자신 있다. 근데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있다.(웃음) '신사의 품격'에서 이종혁이 했던 역할, '내조의 여왕'에서 윤상현이 했던 태봉이 역할, 그런 모습들이 평소 내 모습과도 일치한다. 어리바리한 것도 비슷하고..하하."
그래서 꼭 다음 작품은 코믹이나 멜로 장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번 '우와한녀' 캐릭터도 단순한 상남자라기보다는 진지한 가운데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라 생각해서 택했다. 장면에서 내가 등장할 때마다 스태프들은 매번 웃음이 터졌다. 다음 번에는 꼭 정말 웃기거나, 굉장히 러블리한 캐릭터로 돌아오고 싶다.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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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