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프로야구 최고 화제는 넥센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였다. 특히 마지막 경기였던 7일 목동 LG전에서 이른바 '1+1' 마운드 전략을 들고나오며 허를 찔렀다.
선발 김병현이 2⅓이닝 1실점으로 막고 있었으나 3회초 1사 2·3루 위기를 맞자 곧장 좌완 강윤구를 바꿨다. 염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고, 경기는 넥센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른바 '퀵후크'가 성공했다. 퀵후크란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를 마치기 전에 내리는 것으로 감독들의 승부수 또는 고육책이 되고 있다. 9개팀의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 넥센-LG-삼성, 퀵후크 효과 만점

감독들의 영원한 고민이 바로 투수교체 타이밍이다. 특히 3실점 이하 선발투수가 흔들릴 때 어떻게 교체 타이밍을 잡느냐가 승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불펜이 강한 팀이라면 과감하게 퀵후크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올해 퀵후크로 재미를 본 팀이 넥센·LG·삼성인데 불펜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퀵후크시 승률이 가장 높은 팀은 넥센이다. 넥센은 퀵후크가 14경기로 많지 않지만, 9승4패1무로 6할9푼2리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강윤구(4승1패)·김병현(3승1패1무)의 퀵후크가 성공했다. 불펜 평균자책점 4위(4.19)의 넥센은 확실한 필승조를 앞세워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27승1패1무로 리그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LG는 9개팀 중에서 가장 많은 28경기에서 퀵후크를 했고, 18승10패로 넥센 다음 높은 6할4푼3리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우규민은 퀵후크된 8경기에서 5승1패를 올렸고, LG는 7승1패를 거뒀다. LG의 퀵후크는 6회(18경기) 못지않게 5회 이전(10경기)에 집중돼 있다. 리그 전체 1위의 평균자책점(3.24)을 자랑하는 불펜진이 있기에 김기태 감독은 과감한 승부를 걸 수 있다. LG는 구원승이 16승으로 가장 많다.
1위 삼성도 퀵후크로 승률이 높다. 퀵후크가 15경기 있고, 9승6패로 6할의 승률을 올리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 2위(3.55)의 삼성은 승계주자 실점률이 23.2%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진정한 의미의 '구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투수들이 있어 선발투수가 흔들릴 때에는 과감하게 불펜 싸움에 돌입할 수 있다.
▲ 두산-KIA, 퀵후크 승률은 높은데…
두산과 KIA도 퀵후크가 나란히 19경기로 리그에서 4번째 많은 팀들이다. 두 팀 모두 불펜이 약하지만 퀵후크한 19경기에서 각각 10승7패2무, 10승8패1무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승률만 놓고 보면 5할5푼 이상이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산과 KIA의 퀵후크는 5회 이전에 결정한 게 적지 않다. 두산은 8경기, KIA는 7경기로 넥센(2경기)·삼성(4경기)에 비해 확실히 많다. 불펜이 강하지 않은 두 팀으로서는 선발의 6회 이전 강판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경기를 이겨도 불펜의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신생팀 NC는 두산-KIA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퀵후크가 8경기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그 8경기에서는 3승5패. 6회 교체가 6경기이고, 5회 교체가 2경기.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4회 이전에 내리지 않은 유일한 팀이다. 불펜이 약한 NC는 선발투수들을 오래 끌고 가는 방향으로 운용하고 있다.
▲ 한화-SK-롯데, 퀵후크 효과 전무
최하위 한화는 LG 다음으로 많은 23차례 퀵후크를 펼쳤다. 그러나 6승16패1무 승률 2할7푼3리로 가장 성적이 떨어지는 팀이다. 한화의 퀵후크 특징은 5회 이전이 무려 16경기나 된다는 점이다. 1회 1경기, 2회 5경기, 3회 5경기, 4회 4경기로 무려 15경기가 집중됐다. 선발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실점수에 관계없이 교체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 가뜩이나 불펜이 약한데 스스로 더 어려운 경기를 초래한 셈이다.
SK도 퀵후크로는 재미를 못 봤다. 퀵후크가 14경기 있었는데 5승8패1무로 승률 3할8푼5리에 그쳤다. 5회 이전 교체가 6경기 있었는데 과거처럼 불펜이 강하지 않은 SK에는 결국 고육책이 되고 말았다. SK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6위(4.78)이고, 승계주자 실점률은 41.4%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불펜이 약해졌고, 투수교체의 결과마저 썩 좋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도 퀵후크가 15경기 있었지만 6승8패1무로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3위(3.63)이지만 불펜투수들이 결정적 고비를 잘 넘기지 못했다. 올해 롯데는 블론세이브가 12개로 가장 많은데 그 중 9개가 동점 및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특히 정대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블론세이브 4개를 범했는데 모두 동점-역전주자 상황에 저지른 터프 블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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