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력을 앞세운 투수가 파워형 투수보다 우세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 현재까지 판도다.
9일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 전체 타율은 2할7푼이다. 평균자책점은 4.40이다.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8개 구단 전체 타율(.258)과 평균자책점(3.82)과 상반된다. 투수가 타자한테 고전하는 양상이다.
그 가운데에서 제구력을 앞세운 투수들이 선전을 펼치고 있다. 힘을 앞세운 투수보다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한 제구력 투수가 대세다.

평균자책점 10위권 선수들을 보면 1위 양현종(2.30)과 6위 레다메스 리즈(3.20), 10위 더스틴 니퍼트(3.42) 정도만 150km를 넘는 직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다. 그 외 선수들은 힘보다는 기교로 상대를 공략한다.
SK 크리스 세든(2.50)은 전형적인 제구력 투수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 초반에 불과하고 130km 후반에 머물 때도 있다. 그러나 190cm가 넘는 키에서 나오는 각도 큰 슬라이더와 까다로운 투구 폼이 상대에겐 부담이다. 안정된 제구는 기본이다. 직구 최고 150km를 넘는 파워형 조조 레이예스(4.39)보다 팀에서 더 안정감을 보인다.
두산 유희관(2.60)도 올 시즌 전반기를 주름 잡은 전형적인 제구력 투수. 직구 최고 구속은 130km대에 머물지만 좌우 로케이션으로 타자를 맞춰 잡는 유형이다. 70km대의 초저속 커브는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제구력이 없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투수다.
이번 시즌 신생팀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찰리 쉬렉(2.71)과 이재학(2.90)도 제구력 투수다. 찰리는 직구 포함 6개의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190cm에서 나오는 커브는 폭포수처럼 타자 앞에서 떨어진다. 우완 사이드암 이재학은 체인지업의 제구를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이다.
삼성 마운드의 토종 에이스인 윤성환(3.21)도 힘보다는 기교를 앞세운다. 직구 최고 속도는 140km 초반에 불과하지만 커브를 포함한 변화구로 상대를 요리한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제구력이 뛰어나다.
SK 크리스 세든은 “한국 타자들이 컨택 능력이 뛰어나다. 내가 스피드는 낮지만 안쪽 바깥쪽 제구로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것이 주효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타자를 속도로 윽박지르기에는 타자들의 컨택 능력이 향상됐다.
또한 과학적 설계로 개인별 맞춤이 가능해진 배트도 타자들이 힘에서 밀리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 예전보다 반발력이 강해진 배트 덕분에 배트 스피드를 앞세운 타자 앞에 빠른 공의 효과가 반감됐다. 파워 투수보다 제구력 투수가 유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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