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얼굴을 향해 공이 날아오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이는 결국 두 팀의 집단 난투극으로 이어지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평소보다 더 비장한 각오로 마운드에 모른 잭 그레인키(30)가 화끈한 복수전에 성공했다.
그레인키는 9일(이하 한국시간)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탈삼진 7개를 곁들이는 등 애리조나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한 그레인키는 시즌 7승(2패)째를 거두고 개인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레인키와 애리조나는 악연으로 이어져 있다. 바로 지난달 1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렸던 경기 때문이다. 당시 이안 케네디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 그레인키는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순항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그 전부터 빈볼 시비가 있었던 두 팀의 신경전은 결국 7회말 난투극으로 확대됐다.

케네디가 그레인키의 머리를 향해 공을 던졌고 그레인키는 가까스로 공을 피했다. 빠른 공에 그레인키가 반응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빗나간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투수에게 빈볼을, 그것도 머리를 향해 던진 것에 다저스 선수단은 격분했고 결국 주먹을 주고받는 난투극이 이어졌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 커크 깁슨 애리조나 감독까지 연관된 이 난투극은 결국 양팀 선수들의 징계로 마무리됐다. 케네디는 가장 무거운 10경기 출전 정지 조치를 받았다.
때문에 경기 전부터 그레인키가 애리조나에 어떤 투구를 할지, 그리고 양 팀 선수들이 또 한 번의 빈볼 시비나 신경전을 벌일지에 관심이 모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날 경기에서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애리조나로서는 그레인키의 존재 자체가 문제였다. 그레인키는 이날 포심·투심·커터 등 직구 계열 구종을 효과적으로 섞어 던지며 애리조나 타자들을 봉쇄했다.
3회 쿠벨과 그레고리우리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에 몰린 것이 가장 큰 위기였다. 그러나 그레인키는 델가도의 희생번트 때 직접 3루를 선택해 2루 주자 쿠벨을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벌었고 이후 파라를 삼진으로, 힐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7회 2사 후에는 프라도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몬테로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7이닝 무실점 고지를 밟았다.
타석에서도 맹활약했다. 평소 방망이에 대한 욕심도 큰 그레인키는 이날 3타수 3안타 1희생번트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3회 첫 타석에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그레인키는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2득점의 초석을 다졌다. 6회 2사 1루에서도 좌전안타를 쳤고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중전안타를 치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8회부터 투수가 파코 로드리게스로 교체됐음을 감안하면 다저스 벤치가 그만큼 그레인키의 방망이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그레인키도 매 타석에 집중하며 방망이로도 애리조나를 뚫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어쨌든 공·수 양면에서 펄펄 날아다닌 그레인키의 이름이 체이스필드를 지배한 날이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복수전이었다. 다저스는 그레인키의 종횡무진 활약에 힘입어 6-1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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