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저비터 동점골' 정현철, "그 순간 슬로비디오 같았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7.09 16: 32

"마치 슬로비디오 같았어요."
정현철(20, 동국대)은 꿈같았던 순간을 그렇게 돌이켰다. 이라크와 8강전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 정현철은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함께 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비록 30년 만의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광종호가 거둔 결실은 뜻깊었다.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이 끈끈한 조직력으로 8강 진출에 성공하고 돌아온 이광종호는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연장 접전에 이어 승부차기 끝에 4-5로 아쉽게 패한 이라크전은 패배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팬의 갈채를 받았다. 결과는 아쉽지만 '잘싸웠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명승부였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은 먼저 골을 내주고 다시 금방 쫓아가는 양상을 반복했다. 골을 먹은 수비집중력은 아쉬웠다. 전후반을 2-2로 비긴 한국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 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한국은 통한의 골을 허용했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혼전상황에서 파라한을 마크하지 못하고 골을 먹었다.
워낙 남은 시간이 적다보니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추가시간이 2분 지난 상황, 교체로 들어간 정현철은 극적인 중거리 포를 터트렸다. 한여름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리는 시원한 골이었다. 정현철의 득점과 함께 그대로 연장전은 끝났다. 그야말로 농구의 '버저비터' 같았다.
정현철은 "감독님께서 특별히 주문한 것은 없었다. 주어진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수비수가 아닌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한 방을 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큰 키(187cm)를 살려 공격에 나설 결심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에서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정현철은 교체투입될 때 "죽기살기로 뛰자"고 각오를 다졌다. 2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느라 동료들의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 정현철은 축구화의 끈을 고쳐매며 자신이 친구들보다 한 발이라도 더 뛰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들어갔으니 내가 체력이 제일 좋을 수밖에 없다. 죽기살기로 하자" 그것이 교체투입된 정현철의 각오였다.
그리고 기회는 정확하게 정현철의 발끝에 걸렸다. 평소 헤딩으로 골을 넣었으면 넣었지 그런 중거리슛은 때려본 경험이 적다는 정현철은 "마치 슬로비디오 같았다. 패스를 받자마자 수비수가 천천히 달려오는 것처럼 보였다. 찰 때 '아, 들어가겠다' 싶었고, 그 후로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 세리머니를 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승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쉽게 입맛을 다신 정현철에게 이번 대회는 큰 가르침이 됐다. 정현철은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에 내게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면을 보완해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고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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