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림' 죽이는 스펙터클, 빈약한 스토리는 난감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7.09 17: 42

초대형 SF 블록버스터의 시각적 쾌감에 목마른 관객이라면 극장에서 영화 ‘퍼시픽 림’(길예르모 델 토르 감독)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다만 스토리에 대한 욕심은 잠시 접어두길 권한다.
9일 CGV 왕십리에서 올 여름 할리우드 기대작 ‘퍼시픽 림’이 뚜껑을 열었다. 영화는 태평양을 배경으로 거대 로봇과 외계괴수의 대결이 러닝타임 내내 압도적 스케일로 펼쳐지며 공상과학 세상으로 관객을 이끈다.
2025년 가까운 미래에 지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외계괴수 카이주의 공격으로 초토화되고, 이에 각국은 범태평양연합방어군을 결성해 각국을 대표하는 로봇 예거를 창조한다. 예거는 25층 빌딩 높이에 해당하는 메가톤급 로봇으로 두 사람 이상의 파일럿이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방식을 이용해 조정된다. 교감의 핵심은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것으로, 카이주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롤리(찰리 헌냄)와 마코(키쿠치 린코), 그리고 부대의 대장 스탁커(이드리스 엘바)는 각각 목숨을 걸고 예거에 탑승해 전투를 벌인다.

메가톤급 로봇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만큼 영화는 예거와 카이주의 대결에서 시선을 압도하는 스펙터클을 뽐낸다. 태평양 바다에서 맨주먹을 주고받으며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예거와 카이주의 모습은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홍콩 마천루를 가루로 만들며 시가전을 벌이는 모습 또한 어린 시절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접했던 광경들을 훨씬 더 실감나게 재현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비약한 스토리다. 예거를 움직이는 핵심인 교감과 그 핵심에 기억이라는 다방면으로 상상이 가능한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영화는 트라우마에 무너졌다 또 아무런 계기 없이 이를 극복하는 전개를 택하며 매력적인 소재를 낭비한다.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 길예르모 델 토르 감독에 대한 기대는 다음 작품을 통해 바라는 게 좋겠다.
다만 어린 시절 건담 로봇을 가지고 놀던 추억을 가진 관객이라면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각각의 로봇들은 환상의 세상 그 자체다. 영화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호주, 일본에서 만들어진 로봇 다섯 대가 등장하는데, 이들이 파일럿의 움직임을 따라 전투에 임하는 모습은 관객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같은 광경을 IMAX 3D 화면을 통해 본다면 극대화된 시각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7월11일 개봉, 12세 관람가로 러닝타임은 13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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