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빵꾸똥꾸'로 불렸던 조그만 여자아이가 이렇게 성장해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연기력을 선보일 것이라 예상한 이가 몇이나 될까. 아역 배우 진지희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어린 정이를 연기하며 드라마의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성인 연기자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그는 어색하지 않게,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진지희는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4회에서 아버지 유을담(이종원 분)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을 만드는 정이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앞서 정이는 깨진 태조대왕 단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단지가 복원됐다는 사실이 알려질 시 정이는 꼼짝없이 대역죄인이 될 상황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듯' 유을담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이강천(전광렬 분)이 이를 선조(정보석 분)에게 폭로했다. 결국 유을담은 정이를 대신해 대역죄를 뒤집어쓰게 됐다.

정이는 의금부로 끌려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눈물지었다. 이 장면에서 놀람과 당혹감이 가득한 표정, 애절한 목소리로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이를 표현했다. 풀숲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진지희의 눈에서는 혼란스러운 정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결국 선조를 찾아간 정이는 사실은 자신이 단지를 복원한 것이라 고했다. 그러나 선조는 이 여자아이가 이토록 뛰어난 복원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이에 선조는 그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그릇을 만들어오라는 미션을 내리기에 이른다.
정이는 우여곡절 끝에 눈물 섞인 그릇 하나를 만들어냈다. 꿈 속에서 만난 문사승(변희봉 분)의 힌트 덕분이었다. 정이는 자신을 향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조악한 그릇 하나를 선조에게 선보였고, 역시나 선조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정이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저를 향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이다"며 "전하는 용상에 앉으실 자격이 없다. 만백성의 아비인 전하가 어찌 백성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냐"고 오히려 선조를 꾸짖었다.
바로 이 장면이 이날 방송분의 하이라이트이자 진지희의 열연이 가장 빛났던 순간이었다. 고운 한복을 입고 선조를 향해 진정성 있는 표정과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는 진지희는 정이 그 자체였다. 선조를 향해 큰 소리를 치는 장면에서는 특히 감정이 최고조에 오른 진지희의 표현력을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정이의 말을 들은 선조는 "네가 만든 이 그릇은 조악하다. 허나 이 나라의 근간은 효와 충이다. 아비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마음이 과인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정이의 '미션 성공'을 알렸다. '미션 임파서블'이 기적적으로 '파서블'이 되는 감동적인 이 장면에서 또한 진지희의 열연이 돋보이며 시청자들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불의 여신 정이'는 이날 방송분 말미 등장한 예고편에서 성인 연기자들의 모습을 비추며 새로운 막이 오르게 됨을 알렸다. 진지희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이다. 그러나 짧지만 강렬하게 시청자들에게 남은 진지희는 이 드라마가 끝이 날 때까지 대중에게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진지희가 '빵꾸똥꾸'에서 정이로 변신한 특별한 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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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여신 정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