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자신의 경력에 두고두고 빛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욕심은 부려볼 만하다. 생애 딱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이라면 더 그렇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은 내셔널리그 신인왕 판도를 주도하고 있는 선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4월부터 시작된 신인왕 수상 가능성은 7월 중순으로 향하는 지금 이 시점까지도 유효하다. 성적이 원동력이다. 류현진은 10일(한국시간) 현재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3패 평균자책점 2.82의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17경기 중 14번이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고 6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경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이런 류현진에게 유일한 불운이 있다면 바로 내셔널리그에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단 현지에서는 셸비 밀러(23, 세인트루이스)가 가장 앞서나가는 후보자라고 공인하고 있다. 밀러는 10일 현재 9승6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고 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는 1.07밖에 되지 않는다. 세인트루이스의 좋은 성적을 이끌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가산점이 있다.

그간 류현진은 밀러에 이은 2위권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뒤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다. 올스타로 선정된 유일한 신인 선수인 호세 페르난데스(21, 마이애미)가 대표적이다. 17경기에서 5승5패 평균자책점 2.83의 기록이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는 마이애미의 팀 사정이 안타까운 선수다. 여기에 류현진의 팀 동료 야시엘 푸이그(23)는 임팩트만 놓고 보면 단연 최고의 신인이다. 33경기에서 4할7리, 8홈런을 기록하며 일대 광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류현진의 성적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류현진은 이미 111⅔이닝을 던졌다. 경기수가 같은 밀러(99⅔이닝), 페르난데스(98⅔이닝)보다 더 많이 던지며 꾸준함을 과시 중이다. 여기에 가장 강력한 수상후보로 손꼽히는 밀러의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5월 평균자책점이 1.99에 불과했던 밀러는 6월(4.31) 평균자책점이 크게 치솟았다. 구속이 떨어지며 전반적인 구위도 한창 좋을 때보다는 못하다는 평가다.
추격자들도 하나씩의 약점은 가지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MLB 최약체 중 하나인 마이애미 소속이라는 게 부담이다. 표면적이지만 표심에 꽤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승수’에서 류현진이나 밀러보다는 불리할 수 있다. 푸이그는 규정타석을 채우기가 어렵다는 것이 하나의 변수다. 여기에 타자의 특성상 지금의 기록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결국 류현진이 지금의 성적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끝까지 좋은 레이스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는 루키 신분이지만 이미 한국프로야구와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노련함을 보여줬던 류현진이다. 기나긴 시즌에 대한 운영 능력이 있다. 뒤로 갈수록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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