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에 처져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SK가 재무장 준비를 마쳤다. 그 핵심은 발과 방패라고 할 만하다. 기동력과 수비력을 점검하며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충실하겠다는 의지다.
SK의 올 시즌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애를 태웠다. 조금 지나니 불펜 문제가 SK를 엄습했다. 그 다음은 살아나지 않는 타격이 발목을 잡았다. 그 결과 성적은 추락을 거듭했다. 9일 현재 31승37패1무(승률 .456)로 리그 7위에 처져 있다. 4위권과의 승차(6경기)를 생각하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결국 전반기가 끝나기 전 한 차례 칼을 빼들었다. SK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조인성 김상현 나주환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선수에 대한 배려 차원이 컸지만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이 선수들을 대신해 이만수 SK 감독이 선택한 선수들은 임훈 김재현 최윤석이었다. 모두 공격형 선수는 아니었다. 팀 타격의 침체를 감안하면 의외였다.

그러나 당시 이 감독은 “수비와 기동력으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감독은 김상현이 빠진 외야에 대해 “(좌로부터) 박재상 김강민 조동화를 기용하고 한동민을 1루로, 박정권을 지명타자로 쓰겠다”라는 구상을 밝혔다. 외야 수비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다. 항상 필요성을 강조했던 대주자 요원으로 충수염 수술 이후 몸이 올라온 김재현을 낙점했고 내·외야의 유틸리티 자원들인 최윤석 임훈에 기회를 줬다.
이는 일단 수비와 주루부터 손을 보겠다는 이 감독의 의지였다. 평소 “수비와 주루가 타격보다 우선순위”라고 밝혔던 이 감독은 계속된 타격 침체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침체된 타격은 주축 선수들의 상승세에 기대를 건다고 했다. 그리고 이 1군 엔트리는 9일 대구 삼성전에 첫 선을 보였다. 한 경기 결과지만 성과는 만족할 만했다.
SK의 수비는 촘촘했다. 외야수들은 삼성 타자들의 타구를 걷어냈다. 정확한 타구 판단이 돋보였다. 내야는 그물망 수비를 선보였다. 4회까지 내야에서 3개의 실책이 나오며 사실상 자멸한 삼성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기동력도 살아났다. 이날 SK는 총 5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삼성 배터리를 괴롭혔다. 도루 시도는 물론 작전 때도 기동력을 한껏 살리는 전술이 나왔다. 결과는 9-3 완승이었다.
물론 타격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팽팽한 승부에서는 결국 기초적인 것에서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SK는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이 부분에서 약해진 모습을 보이며 고전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이 라인업에 복귀한 이후에는 이런 문제가 점차 줄어들었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고, 수비력은 어깨나 방망이보다는 상대적으로 기복을 덜 탄다. 이는 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번 엔트리 변경으로 두 가지 부분은 자리가 잡힌 모습이다. 5월까지 43경기를 치른 SK의 팀 도루는 46개였다. 리그 공동 7위였다. 실책도 31개(경기당 0.67개)로 리그 7위였다. 하지만 6월 이후는 양상이 달라졌다. 26경기에서 실책은 13개(경기당 0.5개)로 줄었고 팀 도루는 32개로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처럼 기본은 되찾아가고 있는 SK다. 이제 마운드와 타격이 양념을 치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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