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손민한,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10 06: 30

미 군인으로 태평양전쟁을 이끌었던 더글러스 맥아더는 퇴임 연설을 통해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최근 한국프로야구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사라지지도 않는’ 이병규(39, LG)와 손민한(38, NC)의 감동 어린 활약 때문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정년은 매년 연장되는 추세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40대 선수’들은 이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후배들에 비해 신체적 능력은 떨어지지만 자신만의 노하우와 남다른 관리비법을 통해 스스로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2013년판 주연 ‘노병’들은 역시 이병규와 손민한이라고 할 만하다. 
한 때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타의 거목들이었던 두 선수는 올 시즌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이병규는 9일 현재 타율 3할9푼2리, 4홈런, 39타점의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이쯤되면 후배들에게 뒤처지기는커녕 후배들이 따라잡기 위해 애를 써야 할 판이다. 올해 마운드에 복귀한 손민한도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77의 눈부신 역투를 펼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두 선수의 이러한 활약은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2010년 일본에서 복귀한 이병규는 지난해 118경기에서 타율 3할, 5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여전히 뛰어났지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던 예전의 ‘적토마’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부상으로 2009년 이후에는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손민한은 아예 재기 자체가 불투명한 선수였다. NC에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이 왕년의 에이스가 마지막 기회를 얻는 정도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세간의 시선이 완전히 틀렸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던 이병규는 그 아쉬움을 털기라도 하듯 LG의 신바람 야구를 앞장 서 이끌고 있다. 지난 5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높은 타율은 물론 팀이 필요할 때마다 해결사 몫을 하며 팀의 호성적을 견인 중이다.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 또한 성적에서 드러나지 않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다.
손민한의 호투는 놀라움을 넘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복귀하자마자 5선발 자리를 맡은 손민한은 첫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첫 경기였던 6월 5일 마산 SK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될 때까지만 해도 남아 있었던 의구심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 직구 구속도 전성기만큼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칼날 같은 제구력과 영리한 머리는 후배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손민한만의 무기다.
물론 두 선수의 활약이 이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최종 성적은 지금보다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두 선수의 맹활약, 그리고 야구에 대한 열정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됨은 물론 쫓아가야 할 하나의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다. 그 가치는 소속팀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판 전체에 메아리로 남는다. 여기에 팬들에게는 가슴 찌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두 선수의 지금 기록은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 가치와 감동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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