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피칭’ 신정락, “증명하라” 주문에 응답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7.10 06: 24

지난 7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LG 선수단에는 비상이 울렸다. LG 차명석 투수코치가 전날 병원 검진결과 입원을 결정, 이날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LG를 평균자책점 부문 1위로 이끈 차 코치가 빠질 경우, LG는 마운드 운용 계획과 경기 중 투수교체, 1, 2군 투수들이 컨디션 점검 등에 생기는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LG 김기태 감독은 차 코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고, 차 코치 또한 이에 보답하기 위해 매번 고민한다. 다행히 차 코치는 서둘러 수술에 임했고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는 시점이면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올 시즌 LG 마운드의 히트작 중 하나인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 또한 차 코치의 고민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차 코치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신정락이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도록 투구폼 변화를 주문했다. 당시 신정락은 시즌 후 군입대를 결심, 모든 부담을 내려놓은 상태였고 그만큼 긴 호흡으로 미래에 대비했었다.  

그리고 이는 대반전의 계기가 됐다. 신정락은 투구 폼만 바꾼 것이 아닌 보직도 불펜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바꿨다. 투구 매커니즘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눈에 띄게 제구력이 향상, 퓨처스리그를 넘어 미야자키 교육리그서도 순항했다. 이후 신정락은 2013시즌 LG 마운드의 히든카드로 낙점, 군입대 대신 다시 1군 무대 도전을 택했다. LG 토종 선발진에 붙어있는 물음표를 떼어낼 적임자가 된 것이다. 
신정락은 기대와 우려 속에 2013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고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다소 기복을 보이긴 했으나 6월까지 선발 등판한 11경기서 3승 4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무엇보다 볼넷을 최소화하며 고질병인 제구 난조를 완전히 해결했고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부문 리그 정상권에 올랐다. 구속도 시간이 흐를수록 올라가며, 점점 까다로운 투수로 진화했다. 프로 데뷔 3년 동안 50이닝 채 채우지 못한 통산 기록도 올 시즌에만 60이닝을 훌쩍 넘겼다.
물론 신정락이 아직 완전한 1군 선발투수가 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특히 차 코치는 신정락이 선발투수에 적합한 굳건한 마인드를 갖추기 위한 방법을 궁리해왔다. 내성적인 성격의 신정락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내면의 투쟁심을 어느 정도는 밖으로 표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차 코치는 올 시즌 신정락이 고전하고 있을 때 마운드에 올라가 “상대 타자들이 너를 얕보고 있다. 계속 마운드서 버틸 수 있나?”고 물었다. 신정락이 고개를 끄덕이자 차 코치는 “그럼 증명하라”고 말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지난 3일 잠실 한화전서 신정락은 1⅓이닝 7실점으로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보였다. 신정락은 부진 원인에 대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 자신에게 나태해졌었다. 결국 방심했던 게 화를 불렀다”며 자신의 마음가짐 문제였다고 밝혔다. 차 코치가 가장 경계했던 부분을 스스로 놓아 버린 게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신정락은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잃어버린 감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해 불펜 피칭에 임했다. 선발 등판 이틀 전인 7일에는 경기 중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만큼 지난 선발 등판의 부진을 씻기 위해, 그리고 차 코치와의 ‘증명하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결국 신정락은 9일 잠실 NC전에서 8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팀이 3연패에서 탈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회부터 신정락과 호흡을 맞춘 포수 윤요섭은 “그야말로 모든 구종이 다 완벽했다. 포수 입장에선 어떻게 이 구종들을 조합하느냐만 고민하면 됐다”고 신정락의 투구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기 후 신정락은 “항상 위기라 생각하고 방심하지 않고 던지려했다. 그리고 차 코치님께서 매번 공을 놓지 말고 채라고 하셨는데 그 부분도 명심하면서 던졌다”며 “무엇보다 차명석 코치님께서 몸이 안 좋으신데 코치님께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빨리 회복되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이날 호투에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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